서울대 “신축 건물 설계에 반영”
카이스트는 작년 12월부터 운영 중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주요 대학들이 잇달아 ‘모두의 화장실(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하고 있다.
21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카이스트는 지난해 12월 전산학부 건물에 ‘모두의 화장실’을 마련했으며, 서울대는 리모델링을 앞둔 문화관 설계도에 ‘모두의 화장실’을 반영했다. 모두의 화장실이란 성별이나 연령, 장애 여부,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든 화장실을 이른다. 특히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중립 화장실’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국내에선 일부 시민단체가 마련했으며 대학 중에선 지난해 3월엔 성공회대가 처음으로 설치했다.
카이스트는 지난해 12월 전산학부 건물에 있던 남성용 장애인화장실 일부를 모두의 화장실로 교체했다. 2024년 준공 예정인 전산학부 증축 건물에도 모두의 화장실을 포함할 예정이다. 이를 주도한 류석영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전 카이스트 포용성위원장)는 “모두의 화장실을 마련해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꾸준히 들어와 논의를 했지만 진전이 잘 되지 않고 있었다”며 “전산학부 건물 내 남성용 장애인화장실이 애초 설계했던 계획보다 많이 만들어진 것을 발견하고 추진을 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대 역시 2026년 준공이 목표인 문화관 증축 및 리모델링 설계도에 모두의 화장실을 반영했다. 이중식 서울대 문화예술원장은 “해외 사례를 보면 문화시설에 제일 먼저 모두의 화장실을 마련한다”며 “서울대 역시 대학이자 문화시설인 만큼 마련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역시 올해 트랜스젠더 여성 입학을 앞두고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논의했으나 지금까지 진행된 사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은 2017년 총학생회가 관련 논의를 시작했으나 5년 만인 지난해 설치됐다. 초기 일부 학생의 반발로 설치가 유보됐다가 2021년 10월 학교 주최 대토론회를 열어 학내 구성원끼리 의견을 교환한 끝에 같은 해 11월 공사를 시작했다. 이에 지난 3월 공사가 완료돼 지금까지 1년가량 운영되고 있다.
이날 방문한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은 강의동으로 쓰이는 새천년관 지하 1층에 있었다. 넓은 공간에 좌변기, 세면대, 기저귀교환대, 샤워기 등이 구비됐다. 누군가 화장실을 쓰고 있다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화장실 안에서 마주칠 일이 없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곳 재학생 박모(23) 씨는 “요즘엔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범죄도 많은데 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은 “대학은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곳인 만큼 각자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꼭 학생들이 먼저 요구를 하지 않더라도 학교 차원에서 나서서 설치한다면 학생들로서는 선택지를 하나 늘리는 것이라 문제될 게 없는 만큼 설치 움직임을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