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 마스크…“지각해도 와야 했어요” 슬픔 가득한 서울 분향소[이태원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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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1.01. 오전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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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분향소 설치 이틀째 모습
지각 마다않고 출근길 조문 행렬
동년배 2030 직장인들 발걸음도
31일 퇴근길에도 조문객 이어져
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차분하게 추모하고 있다. 전날 퇴근길에 이어 이날 출근길에도 많은 사람이 분향소를 찾아 추모했다. 희생자들과 동년배인 2030 직장인의 추모도 전날 퇴근길과 이날 출근길에 많았다.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이영기·박혜원 기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분향소 설치 이틀째인 1일 오전에도 사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출근길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각도 마다않고 헌화를 하거나 눈물에 젖은 마스크로 출근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서울광장 분향소가 문을 연 오전 8시에 맞춰 온 이지영(20대·가명) 씨는 분향을 마치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씨는 “8시 출근인데 지각했다. (사고로 사망한) 친한 언니가 오늘 발인인데, 발인에는 갈 수 없어 분향소라도 찾아왔다”며 분홍색 마스크가 눈물로 흠뻑 젖었다.

출근 시간에 늦을새라 발걸음을 재촉하며 국화를 받아드는 직장인도 있었다. 임모(55) 씨는 “시간이 촉박해 편히는 못하고 급하게 짧은 기도라도 하고 간다”고 뛰어갔다.

통근버스를 기다리는 사이 분향소를 찾은 직장인도 있었다. 시청역 인근에서 통근버스를 타는 이승환(47) 씨는 “사망자 대부분이 한창일 나이인데, 잘못은 하나도 없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왔다. 남겨진 가족이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왔다”고 했다.

이번 참사의 대다수 희생자 또래인 2030직장인도 출근길 분향소를 찾았다. 김성진(32) 씨는 “동생이거나 친구일 수 있는 젊은 사람이 허망하게 떠난 게 너무 슬퍼서 들렸다”며 “너무 비극적인 일이라 국민 한 사람으로서 애도를 표하기 위해 출근길에 꼭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참사 현장 인근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을 방문한 청년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숨진 데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시민이 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아 차분하게 추모하고 있다. 전날 퇴근길에 이어 이날 출근길에도 많은 사람들이 분향소를 찾아 추모했다. 희생자들과 동년배인 2030 직장인들의 추모도 전날 퇴근길과 이날 출근길에 많았다. 박해묵 기자


어린 자녀를 두고 있다는 김모(43)씨는 “(사고 소식을 접한 이후) 마음이 계속 아프고 눈물이 멈추지 않아 마음을 좀 달래고 싶어서 나왔다”며 “청년이 그저 일상을 즐기다가 당한 사고다.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서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더하다”고 털어놨다.

인근 대학에 재학 중으로, 수업을 들으러 가기 전에 들렀다는 박정민(23여) 씨도 “일요일쯤 친구와 이태원역에 함께 놀러갈지 생각을 하던 중, 사고가 났다”며 “만약에 이태원에 갔더라면 내가 사고 당사자가 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찔한 마음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수험생 자녀가 있다는 주부 송은주(53여) 씨도 “간만에 사람 많은 곳에서 놀고 싶었던 어린 친구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는만큼 더 속상하다”고 했다.

이날 오전까지도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조성된 추모공간 역시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전날 저녁까지 백여 송이 가까이 놓인 근조화는 하루 사이 수백 송이로 늘어났다. 한 청년은 30분가량 머물며 시민이 두고 간 추모 글귀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현장을 찾은 시민끼리 함께 절을 하며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한 시민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앞서 전날에도 분향소에는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지난 달 31일 오전 10시부터 운영을 시작한 서울광장 분향소에 출근시간대 찾아와 돌아섰던 아쉬운 발걸음은 오후부터 늦은밤까지 추모행렬로 이어졌다.

추모인파는 퇴근시간대에 집중됐다. 분향소 운영 첫날인 31일 오후 5시 서울시 집계 기준, 4038명이었던 추모객은 오후 6시에는 4990여 명으로 늘어났다. 한시간 반만에 1000여 명의 추모객이 분향소를 찾은 것이다.

직장 동료끼리 분향소를 온 경우도 있었다. 광화문 인근 직장의 동료인 정모(29) 씨와 장모(26) 씨는 “근처다보니 퇴근길에 함께 가자고 얘기가 모아져 함께 왔다”며 “사건 사고가 잊을만 하면 반복되는데, 그 때마다 표현이 안 될 정도로 마음이 안좋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 중에는 이태원 참사 현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이들도 많았다. 역삼역에 있는 직장에서 퇴근 후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은 방모(25) 씨는 “참사 당일 현장에 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금방 나왔다. 그 후 소식을 들으니 마주쳤던 사람 중 사망자가 있지 않을까 남일 같지 않아 퇴근길에 찾았다”고 말했다.

역시 참사 20분 전까지 현장에 있었던 김윤화(28) 씨도 “참사 20분 전까지 해당 골목에 있어서 마음이 더욱 불편하다”며 “(사망자가) 또래 친구다보니 더 마음이 쓰인다. 참사가 없었다면 그날 추억을 공유하고 있었을텐데, 그렇게 되지 못한 게 마음 아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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