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불타 생존 가능성 없다" 발표에…유가족 주저앉아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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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12.30. 오전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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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이 된 연말 여행
가족 대기실 '눈물바다'

사고기는 '크리스마스 전세기'
가족·지인 등 3박5일 태국行
사망자 대부분 광주·전남 거주자
탑승자 명단에 세살 아이도 포함

"이대로 못 보내" "믿을 수 없다"
지문과 소지품 통해 신원 확인
< “어떻게 이런 일이…” 망연자실 >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추가 생존자가 없다는 소방당국 발표에 여객기 탑승자 유가족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고, 얘야. 이렇게 가면 안 된다.”

사상 초유의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 사고가 발생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한국공항공사 사무실 앞에서 탑승자 A씨의 아버지는 발만 동동 구르며 울부짖었다. 이곳에서 첫 공식 탑승자 명단이 공개되자 충격에 휩싸인 유가족은 저마다 땅바닥에 주저앉아 “어디선가 숨만 쉬고 있어라, 제발”이라며 통곡했다.승무원 2명을 제외하고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는 참사 소식에 유가족이 몰리면서 무안국제공항은 장례식장을 방불케 했다. 오후 2시 정부 브리핑에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명단이 처음으로 공개되자 “아빠!” “아들아!” 등 유가족들이 오열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사고 비행기 탑승자의 큰아버지 B씨는 “아직 사망자 명단에는 없지만 정말 죽었다고 믿고 싶지 않다”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사망 사실을 확인한 유가족은 이름이 불릴 때마다 주저앉은 채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슬픔에 잠겼다.

현재까지 시신이 수습돼 사망이 확인된 탑승자는 오후 9시6분 기준 탑승자 181명 중 179명(남성 84명, 여성 85명, 확인 불가 10명)이다. 승무원 2명은 구조됐다. 소방 등 구조당국은 탑승자 시신을 현장 임시 영안소에 안치했고 탑승자 88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소방 관계자는 “지문과 소지품 등을 통해 사망자 신원을 확인하고 있지만 화재로 사체 훼손이 심해 신원 확인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했다. 이날 사고가 일어난 비행기는 콘크리트 담장과 충돌해 폭발하면서 그 전에 떨어져 나간 후미 쪽 승무원 2명을 제외한 모든 탑승자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가족들은 신원 확인이 느리게 진행되자 답답함을 토로했다. 소방 관계자들이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했으나 유가족들은 “그럼 먼저 확인된 신원이라도 공개해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면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을 해야 할 것 아니냐” “생사를 알아야 병원을 찾지”라며 현장 관계자를 닦달하기도 했다.탑승자 상당수는 여행사의 태국 방콕 3박5일 패키지 상품을 이용한 가족 단위 여행객이었다. 사고 여객기는 국내 광주·전남 여행사 두 곳에서 크리스마스 상품으로 관광객을 모집해 띄운 전세기였다. 승객들은 지난 25일 같은 항공편으로 무안을 출발해 방콕에 도착했고, 29일 방콕에서 오전 1시30분 출발해 무안국제공항에 오전 8시50분 도착할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탑승자 명단에는 이름과 좌석으로 볼 때 가족 관계로 추정되는 이가 많았고, 미성년자도 상당수였다. 2021년생 3세 아동도 탑승자 명단에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C씨는 “크리스마스에 연말 휴가를 붙여 휴양지인 방콕으로 즐겁게 떠나던 모습이 아직 선한데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며 눈물을 훔쳤다.

팔순 잔치를 하기 위해 방콕 여행을 갔던 일가족 9명도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변을 당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태국 여행이나 골프 관광을 떠난 이도 많았다. 전남 장흥에서 온 D씨는 “친구들이 농한기에 여행을 간다고 했는데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며 “누가 갔는지 아직 파악이 안 돼 발표만 기다릴 뿐”이라고 침통해했다.

사망자 중에는 연말을 맞아 연차를 소진하기 위해 휴가를 쓴 공무원들도 있었다. 공항 대기실에서는 당국의 컨트롤타워 부재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유가족은 이날 공항을 찾은 김영록 전남지사에게 “사고가 난 지 몇 시간이 지나도 사망자 신원이 즉각 공유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김 지사는 “유가족이 머물 공간을 마련하고 장례 절차도 빠르게 밟을 것”이라고 했다.

무안=정희원/임동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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