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가 신드롬적인 인기를 얻는 가운데,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는 의외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2일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흑백요리사'는 지난 9월 23일부터 29일(일)까지 49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했다.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4개국 1위를 포함, 총 28개국 TOP 10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지난달 17일 공개 이후 2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라는 쾌거를 이뤘다.
'흑백요리사'는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요리에 진심인 100인의 요리사들이 펼치는 요리 계급 전쟁이 'K-요리' 서바이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것. 지금껏 본 적 없는 파격적인 미션과 요리에 진심인 셰프들의 치열한 명승부, 최강 심사위원 백종원과 안성재의 최고의 맛을 찾아가는 촘촘한 그물 심사가 사랑받고 있다.
매 라운드 펼쳐지는 미션과 메뉴들이 주목받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우리 전통 식자재와 조리법 등이 소개된다. 중국이 최근 "우리 전통 음식"이라고 주장하는 비빔밥의 경우 비빔밥을 너무 사랑해 이름까지 '비빔'으로 개명한 흑수저 셰프 '비빔대왕' 유비빔 씨의 활약으로 '흑백요리사'에서 주목받았다. 80명의 흑수저 셰프 중 유씨는 붉은 곤룡포를 입고 등장해 단숨에 시선을 집중시켰고, 심사위원인 요리사업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에게 '비빔송'을 시키는 모습은 이날 공개 콘텐츠 최고 명장면으로 꼽혔다.
각종 나물을 밥에 한꺼번에 담아 비벼 먹는 비빔밥은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하지만 3년 전 중국 지린성 무형문화유산으로 돌솥비빔밥이 지정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중국 내에는 돌솥비빔밥 프랜차이즈까지 등장해 논란이 됐다. 해당 브랜드 매장은 중국 전역에 1000개가 넘는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매장 앞에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돌솥비빔밥을 들고 있는 사진이 내걸렸고, 매장 안에는 한자로 '조선족 비물질 문화유산'이라고 크게 적어 홍보하고 있다. 중국은 이전부터 김치를 비롯해 삼계탕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 음식을 자신의 전통 음식이라는 억지 주장을 펼쳐왔다.
이뿐 아니라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자신들의 역사라고 우기고 있는 고구려도 한국의 역사로 '흑백요리사'를 통해 언급됐다.
이북 요리 전문 맛집 리북방의 최지형 셰프는 세계 최초로 순대를 기반으로 하는 맡김차림으로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됐고, '흑백요리사'에 백수저 셰프로 참가했다. 최지형 셰프는 흑수저 '트리플스타'와 1대1 대결에서 "삼겹살에 된장 양념에 재운 후 구워 만든 고구려 전통 요리"라고 맥적을 소개했다. 돼지고기를 꼬치에 꿰어 불에 구워 먹는 맥적은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등장할 정도로 대표적인 요리로 알려졌다. 현재의 양념 돼지 통구이와 유사한 형태로 추정된다.
중국은 지속해서 고구려가 자신들의 역사라고 우겨왔다. 최근에도 위키피디아에 올라온 중국 만리장성 지도가 북한 평양까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만리장성은 북방 유목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중국 진나라 시황제 때 처음 세워진 것으로 현재 남아 있는 성벽 대부분은 15세기 이후 명나라 때 건립됐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당시 만리장성의 길이는 6352㎞지만, 중국이 동북공정을 본격화한 뒤 2009년에 8851㎞, 2012년에는 고구려와 발해가 쌓은 성까지 포함해 만리장성의 길이가 2만1196㎞에 달한다고 왜곡해 왔다.
한국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일단 기본적으로 K콘텐츠에 비빔밥 등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건 굉장히 좋은 현상같다"며 "중국이 돌솥비빔밥까지 자기네 거라 주장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것을 자연스럽게, 문화콘텐츠를 통해 전 세계인에게 보여주는 건 좋은 홍보 방법 같다"고 치켜세웠다.
또한 "맥적이 고구려의 전통 음식이라고 보여주는 것도, 넷플릭스를 통해 자막과 영상으로 고구려가 한국의 역사임을 세계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K팝 뮤직비디오, 영화, 드라마, 예능 등을 통해 한국 문화가 노출되는 게 더 많아지길 바란다"며 "그러면 세계인들이 대한민국의 문화를 보다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