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개인투자자 상반기 수익률 -7% '10년來 최악'
동학개미의 눈물…-7% '최악 성적표'
상반기 손실 굴욕
낙폭과대 종목
무작정 추격매수
계좌 녹아내려
서학개미는 희색
11% 수익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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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코스피지수가 5%가량 오르는 동안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으로 7% 넘게 손실을 봤다. 코스피지수 대비 괴리율로 따지면 최근 10년 사이 최악의 성적표다. 인터넷, 2차전지 등 업황 침체 종목과 테마주를 저점 매수한다며 대거 사들인 결과다.
23일 NH투자증권을 통해 2015년 이후 매 분기 한 번 이상 국내 주식을 매매한 투자자 1만5864명의 투자 성적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수익률이 -7.18%로 집계됐다. 지난 10년간 두 번째로 낮은 수익률이다. 수익률이 가장 낮은 시기는 2022년으로 -10.02%였다. 다만 이 해 코스피지수가 3000선에서 2200선으로 추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 성적이 더 부진한 셈이다.
올해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이 유독 나쁜 이유는 밸류업 관련주와 반도체 종목 등 국내 증시 대표주만 오르는 ‘쏠림 현상’이 이례적으로 심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수급을 주도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그런 와중에 개인들은 네이버(인터넷), 삼성SDI(2차전지), JYP엔터테인먼트(엔터) 등 지난해 큰 폭으로 주가가 하락한 기업을 저점 매수한다며 사들였지만 실적 악화에 주가는 더 곤두박질쳤다. 국내 증시의 과도한 특정 업종 의존도와 취약한 수급 모멘텀, 왜곡된 개인 투자 문화 등 국내 증시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상반기 NH투자증권을 통해 해외 주식에 투자한 서학개미 33만7027명의 평균 투자 수익률은 10.93%를 기록했다.
'반도체 반등하자 바로 차익실현…서학개미 평균 수익률은 11%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월 당시 이미 고점 대비 50% 넘게 하락한 상태였다. 하지만 개인은 저점 부근이라고 보고 매수에 들어갔다. 당시 네이버 주가수익비율(PER)은 45배 수준이었다. ‘성장을 잃어버린 성장주’ 치고 지나치게 높은 PER이었다. 가장 고점이던 2021년 7월 당시 네이버 PER은 60배 수준이었다. 올해 들어 국내 광고시장 위축, 테무·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e커머스 경쟁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겹치면서 주가는 속절없이 하락했다. 올 상반기에만 네이버는 52주 신저가를 여덟 번이나 경신했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의 주가와 비교하면 더 이상 네이버의 인터넷 쇼핑 성과에 높은 멀티플(기업가치 평가 배수)을 부여하기가 어렵다”며 “새로운 사업을 통한 고성장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개인 순매수 2, 3, 4, 7위를 차지한 삼성SDI, LG화학, 포스코홀딩스, LG에너지솔루션도 실적이 부진했지만 개미들은 저가 매수를 이어갔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면서 실적 악화가 예상됐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주가가 더 크게 떨어지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LG화학 주가는 올 상반기 29.99% 하락했고 삼성SDI(-24.20%), 포스코홀딩스(-25.61%) 등도 부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2차전지 업체들의 주가 거품이 심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개인 투자 열기를 꺾진 못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업체 주가가 장기적 상승세로 전환하려면 유럽과 미국의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다시 나타나야 한다”며 “금리 인하에 따른 상승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증권사 해외 주식 투자자의 상반기 순매수 1위는 테슬라, 2위는 엔비디아였다. 올 상반기 테슬라가 20.34% 하락했지만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같은 기간 엔비디아가 156.47% 오르면서 전반적인 투자 수익률이 크게 올랐다. 다른 빅테크주도 대거 상승세에 가세했고 내수주, 중·소형주까지 고르게 랠리에 동참했다.
수익률 격차가 커지면서 투자자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2.1%였다. 전년 동기 대비 6%포인트가량 줄었다. 반면 올 상반기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858억1181만달러로 작년 상반기(654억9044만달러) 대비 31%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