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이 결국 걸리고 말았다"…워킹맘들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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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23. 오후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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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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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구병 발병 올해 최대
위생 '사각지대' 어린이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워킹맘’ 이모 씨(34)는 지난주 급히 연차를 내야만 했다. 갑자기 열이 올라 아파하는 14개월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더니 ‘수족구병’이란 진단을 받았다. 이 씨는 “수족구병이 최근 유행해 어린이집에 가는 것 말곤 외출을 자제했는데 결국 걸리고 말았다”고 하소연했다. 알아보니 이 씨의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같은 반에선 절반 이상이 이미 수족구병에 걸린 상태였다.

최근 수족구병이 유행해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수족구병은 입·손·발에 물집이 생기는 급성 바이러스 질환으로, 영유아(0~6세) 감염률이 특히 높다. 감염의 주요 장소로 지목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이 방역 '사각지대'로 여겨지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전염을 우려해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지 않기도 한다.

23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28주차(지난 7월 8일부터 14일) 한 주 동안 전국 104개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받은 외래환자 1000명 가운데 수족구병 의심 증상을 호소한 환자는 48.8명으로 올들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같은 기간 17.1명 대비로는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최근 수족구 환자의 90% 이상이 영유아"라며 "코로나 시기 극에 달했던 방역에 대한 경각심이 누그러들면서 올해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족구병이 전염되는 상당수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별도의 소독 의무가 없어 확산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관리 사각지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 24조에 따르면 50인 이상을 수용하는 어린이집 및 유치원은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소독을 해야 하는 시설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전국 어린이집 상당수가 50인 이하의 규모로 구성돼있다는 게 맹점이다. 보건복지부 보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어린이집 수는 2만8954개, 보육 아동수는 101만1813명으로, 어린이집 한 군데당 평균 보육 아동수는 34.9명 수준이다. 대부분 어린이집이 감염병 예방을 위한 소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때아닌 수족구병 유행에 진땀을 빼고 있다. 3세 아이를 둔 박모 씨(35)는 "수족구병 의심 단계를 받고도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를 봤다"면서 "어린이집에서 수족구병을 옮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일주일가량은 연차를 내고 아이를 집에서 돌보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원내 수족구병 등 감염병이 발생했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어 보건복지부에 관계 규정을 물었지만, 소독이나 각 가정 내 공지 등은 원장의 재량에 달려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복지부는 '어린이집은 수족구병을 포함한 10종 감염병에 대해서는 환아 발생 시 관리 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있지만, 가정엔 공지할 의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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