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우려 커지는 중동
후티 반군 드론에 1명 사망하자
이스라엘, 예멘 본토 보복 공습
정유시설 불타고 전력 일부 파괴
이, 레바논 헤즈볼라 근거지도 때려
이틀간 공격·반격·재보복 이어져
이스라엘과 '저항의 축' 긴장 고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이스라엘과 친(親)이란 세력 간 충돌로 번지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은 가자지구 전쟁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를 타격했고,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예멘 본토를 공습했다. 후티 반군,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이스라엘의 상호 공격과 반격이 이어지며 중동 전쟁이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예멘 보건당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6명이 사망했고 3명이 실종됐으며 83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모하메드 압둘살람 후티 반군 대변인은 “민간인 목표물과 발전소도 공격받았다”며 “가자지구 지원을 중단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잔혹한 침략’”이라고 비난했다. 반대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성명에서 호데이다항은 이란 무기가 반입되는 군사 목적 항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호데이다항 공습은 전날 후티 반군이 드론으로 텔아비브를 공격한 데 따른 보복이다. 외신에 따르면 전날 새벽 3시12분께 텔아비브에 있는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 인근 한 아파트 건물에 이란제 드론 1기가 충돌해 폭발이 일었다. 폭발음은 수 ㎞ 떨어진 곳에서도 들렸으며 폭발로 50대 남성 거주민 1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이 드론은 2000㎞가 넘는 거리를 날아와 목표물을 타격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폭발 약 6분 전부터 이 드론을 포착해 상당 시간 추적했지만, 이를 위협으로 분류하지 않는 바람에 공습 경보가 울리지 않고 격추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스라엘군은 드론을 격추하지 못한 것이 ‘사람의 실수’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은 “후티 반군 드론은 이란제 사마드-3 기종을 개선한 것”이라며 “예멘에서 텔아비브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도 공격을 시인했다. 야히야 샤리 후티 반군 대변인은 TV 연설에서 “이번 공습에는 ‘야파’라는 새로운 드론이 사용됐으며 이는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전은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레바논을 향한 이스라엘의 재보복도 이뤄졌다. 이스라엘은 20일 밤 레바논 남부 아들룬에 있는 헤즈볼라 탄약 창고를 공격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부르지알물루크에 드론 공격을 가한 데 대한 보복으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다프나 키부츠(집단농장)에 로켓포를 수십 발 발사했고, 이스라엘도 다시 반격했다.
직접 보복이 가해지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 후티 반군, 헤즈볼라, 하마스 등 이란이 이끄는 ‘저항의 축’ 세력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WSJ는 “텔아비브가 공격당한 것은 이스라엘이 억제해야 할 위협 범위가 확대됐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는 하마스와, 레바논 국경 지대에서는 헤즈볼라와 대치하는 상황에 더해 후티 반군까지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후티 반군이 진전된 전력을 보여줬다는 점도 이스라엘과 서방의 우려를 키운다. 후티 반군이 사용한 신형 드론 ‘야파’는 해변 위를 낮게 날면서 굉음을 냈다고 전해진다. “드론의 낮은 고도와 느린 비행 속도 때문에 이스라엘군이 이를 위협으로 식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짚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이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후티 반군이 감행한 공격 100건 이상에서 이란 무기가 쓰였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예멘 공습에 미국이 관여하지 않았지만 전날 텔아비브가 공격당한 이후 이스라엘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4일 미국 의회 연설에 앞서 22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