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주의에 염증 느낀 美 기업들, 캘리포니아 '엑소더스' [송영찬의 실밸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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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7. 오후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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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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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서는 주 정부가 당신의 자녀들을 빼앗아 갈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6일(현지시간) 오전 8시께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전날 ‘성소수자 학생 관련 법(AB1955)’을 서명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이같이 적었다. 5시간 뒤 그는 “이건 인내심의 한계(the final straw)”라며 “이 법과 그 이전의 많은 법이 가족과 회사 모두를 공격했기 때문에 스페이스X의 본사를 캘리포니아 호손에서 텍사스 스타베이스로 이전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미국 기업들의 ‘캘리포니아 엑소더스(대탈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과거의 ‘기업하기 좋은 주’라는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어진 지 오래다. 각종 규제와 높은 세율에 불이 붙은 기업 엑소더스에 PC(정치적 올바름)주의 바람이 기름을 붓는 양상이다.
PC에 뿔난 머스크 "X·스페이스X 본사 이전"
사진=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X 캡처
이날 머스크 CEO가 자신의 X 계정에 작성한 게시글은 모두 18개. 이 중 10개가 성소수자 학생 관련법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는 스페이스X 본사 이전 계획을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아서는 “빌딩을 드나들 때마다 폭력적인 마약 중독자 무리를 피하는 것도 할 만큼 했다”며 X의 본사도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옮기겠다는 글을 올렸다.

미국 기업들의 캘리포니아 엑소더스는 이미 지난 5년간 진행돼왔다. 2019년 휴렛팩커드(HP), 2020년 팔란티어와 오라클, 2021년 CRBE 등이 모두 텍사스와 콜로라도 등지로 본사를 이전했다. 원인은 캘리포니아의 높은 세율과 각종 규제, 높은 물가 등이었다. 캘리포니아의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은 올해 초 기준 13.3%에 달한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높다.

머스크 CEO도 이미 2021년 자신의 주소지와 테슬라의 본사를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옮겼다. 그는 당시 “‘베이 에어리어(샌프란시스코 광역권)’의 주택 가격이 너무 높아 멀리서 출근하는 직원들이 있다”며 “실리콘밸리에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PC주의 둘러싼 사회적 갈등 여전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사진=EPA
이번엔 다르다. 머스크의 비난의 화살이 향한 곳은 성소수자 학생 지원법이다. 이 법은 캘리포니아의 학교 직원이 학생의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본인의 허락 없이 부모 등 다른 사람에게 알리도록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에서 이같은 법이 제정된 것은 캘리포니아주가 처음이다.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기업 대다수가 줄지어 텍사스로 향하는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에서 공화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텍사스는 PC주의의 영향력도 가장 약한 곳 중 하나로 꼽힌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해 성적인 소재를 다룬 책을 공립학교 도서관에 비치하는 걸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와 정반대의 길을 걸은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독 캘리포니아에서 PC주의 움직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크게 나타난다는 점도 기업 활동에 제약이 되고 있다. 캘리포니아가 2016년 공공건물에 ‘성 중립 화장실’을 의무화하자 식당 등을 운영하는 일부 세입자들은 “차라리 다른 주로 영업장을 옮기겠다”며 반발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2021년 로스앤젤레스(LA) 코리아타운의 한국식 찜질방을 두고 벌어진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은 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탕에 출입한 것을 두고 벌어진 논란은 성소수자 옹호 단체와 반대 단체 간 유혈 충돌로까지 번졌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들이 PC주의에 편승하는 움직임에 염증을 느끼는 직원도 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한 빅테크 업체 개발자인 토마스 최씨(32)는 “트랜스젠더 남성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회사 남자 화장실에는 탐폰이 비치돼있고 회사 지원 과정에서 성별 선택지만 열 개가 넘었다”며 “최근 들어 과도한 PC주의 움직임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회 분위기가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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