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조세소위 충돌…종부세 등 세제개편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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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1. 오전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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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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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법안 다루는 국회 첫 문턱
지금까진 여당이 주로 맡았지만
양당, 팽팽히 맞서 협상 난항
구성 늦춰지면 세제 논의 지연
원 구성 과정에서 강하게 충돌했던 여야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 위원장직을 놓고 다시 맞섰다. 조세소위는 모든 세법 제·개정안을 심의해 기재위 전체회의로 올리는 역할을 한다. 어느 당이 조세소위원장을 맡느냐에 따라 세제 개편 방향과 속도가 영향받을 수 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시사한 종합부동산세 폐지, 상속세 완화 등의 방향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재위 여당 간사인 박수영 의원과 야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지난주부터 소위원장 배정을 놓고 협상에 들어갔다. 두 간사는 서로 조세소위원장을 자신이 맡고, 경제재정소위는 상대에게 넘기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세소위는 세수에 영향을 주는 법안을 다루는 국회의 첫 문턱인 만큼 지금까지는 여당이 주로 맡아왔다. 기존 세제를 어느 정도 개편하는지에 따라 정부 세입이 결정되고, 그에 맞춰 재정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18대 국회 이후만 놓고 보더라도 여당이 대부분 조세소위원장을 맡아왔다. 국정농단 사태로 조기에 대선이 치러지며 예기치 않게 정권 교체가 된 20대 국회 전반기에만 야당이 잠깐 조세소위원장을 맡았다. 국민의힘 측은 “조세정책은 결국 재정정책과 동전의 양면”이라며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이 조세소위원장을 맡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무분별한 감세를 통제해야 한다”며 조세소위원장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가운데 감세 정책을 추가로 내놓으며 재정수지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돈을 너무 많이 써도 재정수지가 나빠지지만, 지나친 감세도 세수를 줄여 똑같은 결과를 낳는다”며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조세위원장을 민주당이 맡아야 한다”고 했다.

양당이 팽팽히 맞서며 조세소위 구성도 크게 미뤄질 전망이다. 법제사법위와 환경노동위 등 상당수 상임위가 이미 소위 구성까지 완료한 것과 대비된다. 일각에서는 “최소 오는 11월까지 조세소위가 구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21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 구성이 이뤄진 2022년에도 조세소위는 11월 중순에 가서야 소위원장이 선임됐다.

정치권에서는 결국은 여당이 조세소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1월 30일까지 조세소위가 구성되지 않으면 이듬해 예산 부수 법안인 주요 세제 개편안도 정부안 그대로 본회의에 회부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법안 내용을 수정하려면 소위원장직을 내주더라도 조세소위를 여는 게 민주당 입장에서도 낫다.

다만 조세소위 구성이 늦춰지면 세제 개편 현안과 관련된 논의 시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놓은 종부세 및 상속세 개편 등은 사안의 중요성을 놓고 볼 때 상당한 논의 시간이 필요하다.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법인세 및 소득세 인하 역시 여야가 쉽게 합의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충분한 논의 시간이 없었다”는 이유로 정부의 주요 감세 정책을 퇴짜 놓을 수 있다. 법제사법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데 이어 입법 독주를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관계자는 “세제와 관련해 민주당은 처리하고 싶은 법안보다는 발목 잡고 싶은 법안이 많다”며 “조세소위 구성을 미루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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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쓸어버리는 폭풍의 시간이 지나간 후 N은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하듯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늦가을 오후의 볕이 은실처럼 내리쪼이고 있었다. 버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N은 흐느끼면서 생각했다" 권여선,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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