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벼락거지' 공포?…심상찮은 집값 '초양극화' [더 머니이스트-김효선의 부동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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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10. 오후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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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서울 아파트만 오르는 초양극화, 대책이 필요합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강남·송파 아파트 모습. 사진=한경DB

최근 주택시장의 흐름이 심상치 않습니다.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설기업 신용등급, 가계부채 증감, 대출 연체율 등 주택시장에 영향을 주는 대내외적인 모든 지표가 심각한 상황인데, 서울 집값만 상승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2021년 주택 시장 분위기를 기억할 것입니다.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집값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아파트가 얼마 올랐고 누가 서울에 아파트를 샀더라는 등의 얘기는 당장이라도 집을 사지 않으면 이른바 '벼락거지'가 된다는 불안감을 조장했습니다.

세계적 재앙인 코로나 펜데믹은 경험하지 못한 단기간의 유동성 증가를 가져왔고, 전국 모든 유형의 주택 가격이 치솟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종식과 함께 시작된 급격한 금리 인상은 자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고, 전국의 모든 주택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2021년 6월 3억9500만원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하락하고 있습니다. 서울도 2021년 12월 고점 9억7000만원을 찍은 후 올해 3월까지 하락했지만, 4월부터는 상승으로 돌아섰습니다.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로 회복 속도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동남권은 고점인 16억9500만원 대비 94% 수준인 15억8000만원까지 회복했고, 동북권은 고점 8억원 대비 87% 수준인 6억9500만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역별 중위 아파트 매매가격. 사진=NH ALL100자문센터

지역보다 더 차이가 극명한 것은 주택의 유형입니다. 연립 및 다세대의 중위 매매가격을 보면, 2022년 2월 2억8000만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최근까지도 하락을 멈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에 국한해서 훈풍이 불면서 주택 매매시장의 급격한 초양극화가 진행 중인 것입니다.

최근의 국지적인 주택 가격 상승은 공급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집값 자극을 우려해 재건축·재개발을 규제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규제가 완화됐지만, 원자잿값과 인건비, 금리가 치솟으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이 낮아져 공급이 줄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본격적인 규제가 시작된 2018년부터 지금까지 약 6년간 도심 재정비 사업 인허가와 착공 규모가 감소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약 10년 이상 장기간 입주물량이 부족할 전망입니다.

서울 주택 유형별 중위 매매가격. 사진=NH ALL100자문센터

공급부족 이슈가 단기간 해결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준공부터 입주까지 3년 이상 소요되는데다, 올해만 보더라도 계획됐던 아파트 분양 물량 가운데 실제 공급된 물량은 5월 기준 전국 27.7% 서울 13.6%에 불과합니다. 건설공사비지수가 2021년 124.1에서 올해 154.9로 치솟자 사업 진행 속도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공급부족은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줍니다. 빌라에서 아파트로 눈을 돌린 임차인들이 입지가 우수한 신축 아파트에 몰리면서 특정 지역 매매는 물론 전세가격까지 상승하는 상황입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지금, 가격이 오르는 지역은 높은 주거 비용으로, 그렇지 않은 지역은 주택시장 침체와 자산 가치 상실로 어려움을 겪을 전망입니다.

누구든 내 몸 뉘일 곳이 있어야 삶이 안정됩니다. 주택시장 혼돈이 계속되면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불안한 상황도 장기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OTT 시장을 강타했던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은 참가자들이 패닉에 빠지자 "제발 그만해! 나 무서워…이러다간 다 죽어!"라는 대사를 남겼습니다. 동일한 패닉 상황이 주택 시장에 닥치지 않도록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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