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영끌족 경매 쏟아져
[파이낸셜뉴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대출금리 안내 문자를 받았다. 기준금리 3.27%에 가산금리 3.2% 등 6.47%가 적용된다는 내용이다. 김씨는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대출금리도 떨어져야 하는 데 그렇지 않다”며 “은행들만 이익을 보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실제 대출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영끌족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10일 파이낸셜뉴스가 법원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 등)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건수가 5만5422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5만6347건) 이후 가장 많은 건수다.
임의경매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석 달 이상 갚지 못했을 때 대출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해당 통계는 2010년부터 제공되고 있다.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건수가 5만건을 넘어선 것은 2024년을 포함해 2010년과 2012년(5만4176건)·2013년(5만2843건) 등 네 차례에 불과하다.
눈여겨 볼 것은 최근 들어 임의경매 신청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한건물 임의경매 신청건수는 2021년 2만2000여건, 2022년 2만4000여건에 불과했다. 고금리가 본격화된 2023년에도 3만9500여건을 기록했는 데 지난해에는 5만5000여건을 넘어선 것이다.
시장에서는 지난 집값 급등기 때인 2020년과 2021년에 대출로 집을 산 영끌족들이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집값 상승기에 매입 시기를 놓칠까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나섰다.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자 결국 경매로 넘어간 집들인 셈이다. 당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이나 수도권 외곽 및 빌라 등으로 매수 수요가 몰린 바 있다.
영끌족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값은 하락이나 보합세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다. 수도권도 일부 지역만 가격이 올랐을 뿐이다. 지방은 전 지역에서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올해 역시 이같은 양극화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대출규제가 강화될수록 중저가 및 외곽지역은 타격을 더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영끌족들의 경매물건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