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공모하면 ‘따상’… 하반기는 거품 빠져 ‘옥석가리기’ [2024 증시결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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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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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시장 ‘상고하저’ 뚜렷
올해 135곳 상장… 작년과 비슷
첫날 평균수익률 상반기 90% 육박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도 심화
증시 침체·뻥튀기 상장 등 악재에
하반기 신규 상장주 부진 이어져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상고하저'로 요약된다. 상반기에는 공모주 시장에 대한 관심 고조로 상장 첫날 수익률이 평균 90%대를 웃돌았지만, 하반기에는 증시 부진으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

■상·하반기 IPO 시장, 온도차 뚜렷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새로 상장한 기업은 총 77개(스팩·리츠·스팩상장 제외)로 집계됐다. 지난해(82개)보다 5개 줄었다. 리츠(부동산투자회사)와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스팩을 통한 존속·소멸 합병 등을 포함하면 올해 상장 종목은 총 135개로 지난해(139개)와 큰 차이가 없다.

하반기 미국 대선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공모 규모가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신규 상장을 통해 조달한 공모금액은 2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2조7700억원 대비 13% 감소했다.

올해 공모주 시장은 상반기와 하반기 분위기가 극명히 갈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반기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각된 공모주의 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 대비 주가 4배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면서 상장 첫날 100% 이상 급등하는 사례가 잦았다. 올해 '1호' 공모주인 우진엔텍은 상장 첫날 300%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IPO 시장이 과열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수요예측 경쟁도 심화됐다. 상반기에 국내 증시에 입성한 29개 종목(스팩·리츠·스팩상장 제외) 중 27개 종목이 희망 공모가 범위보다도 높은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공모주 열풍에 물량을 한 주라도 더 배정받기 위해 가격을 높게 부르는 기관 간 경쟁이 격화된 영향이다.

하지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확정 공모가가 예비상장기업의 실적이나 미래 가치보다도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공모주 시장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뿐 아니라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가 속출했다. 지난 8월 블랙먼데이, 11월 미국 대선, 12월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따른 증시 부진도 공모주 시장 부진에 악영향을 끼쳤다.

올 들어 증시 상장 당일 주가가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종목은 지난 11월 상장한 드론·로봇 전문 기업 에이럭스로, 38%나 하락했다. 이어 토모큐브(-37.1%), 노머스(-35.7%) 등의 순이다. 기관투자자들도 선별적 공모주 투자에 나섰다. 하반기 증시에 입성한 코스피·코스닥 48개 종목 중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 또는 하단보다도 낮은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한 기업은 13곳에 이른다.

■내년 'IPO 회복세' 기대

업계에서는 올해 증권신고서 심사 과정이 엄격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하반기 소위 '뻥튀기 상장' 논란을 일으킨 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의 IPO 증권신고서 심사가 강화된 영향이 컸다.

이 과정에서 코스닥 사상 최초로 상장예비심사 통과 이후 최종 상장이 좌초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노그리드는 지난 6월 코스닥 시장 예심 승인 결과 효력 불인정 판단을 받았다. 예비심사 신청서에 최대주주의 지위 분쟁과 관련한 사항을 빠뜨린 게 화근이 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노그리드에 대한 예심 효력 불인정 재심사에서도 최종 의견을 유지했다.

내년 IPO 시장은 신규 상장기업 수는 물론 공모 규모도 다시 증가하는 '회복의 해'가 될 전망이다. 투자심리 위축에 상장을 미뤘던 대어급들이 증시 문을 다시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공모주 전문 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내년 상반기 LG CNS 등 대어급들이 증시 입성을 앞둔 만큼 공모주 시장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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