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법적 책임 피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
[서울경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대통령 경호처가 예상과는 달리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등에 따르면 경호처 소속 경호관들은 이날 사법당국의 영장 집행을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았고, 이들과 충돌을 피했다. 공수처는 이날 4시20분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했고 3시간여 만인 7시34분께 사다리를 이용한 진입을 시작으로 1차 저지선을 통과했다.
버스로 가로막은 2차 저지선은 오전 7시48분께 저항없이 통과했고, 관저 앞 철문에는 7시57분께 도착했다. 일부 경호관들은 지휘붕의 영장 집행 저지 장침에서 이탈했다고 한다. 이들은 관저 내 대기동에서 머물거나 휴가를 가는 등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휘부와 달리 현장 경호관들은 개별 소신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수사팀은 경호팀과 체포영장 집행을 협의하다 정진석 비서실장과 윤갑근 변호인이 관저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석동현 변호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워낙 공수처와 경찰이 대량으로 밀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경호처 직원들과 경찰 간에 충돌이 나면 큰일 나니까 어쩔 수 없이 공수처에 자진 출석하는 쪽으로 변호인들이 지금 공수처와 협상 중에 있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1차 체포영장 집행 시와 달리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경호처 직원들이 거의 없었고, 물리적 충돌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자진 출석은 고려하지 않고 영장 집행이 목표”라며 윤 대통령 체포 의지를 명확히 했다.
다른 공수처 관계자 역시 “1차 집행 때와 달리 적극적으로 막는 인원이나 경호처 직원은 없는 상황이고 물리적 충돌도 사실상 없던 상황”이라고 확인했다.
경호처의 대응이 크게 달라진 배경에는 내부 균열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경 대응을 지시한 경호처 지휘부와 달리 일선 직원들 사이에서는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반발 기류가 감지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호처는 최근 “빠질 사람은 빠져도 좋다”는 취지의 내부 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경호처의 현실적인 선택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은 큰 충돌 없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현재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을 체포하고자 시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