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경호처 개조론…"인사권 손질해 정치 중립성 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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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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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무시·자의적 해석해 영장집행 저지
野 "경호처 폐지·경찰에 이관이 바람직"
"한치 오차 용납안되는 특수직" 우려도
"권력자에 맹목적 충성 구조 타개 먼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 등 관계자들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로 진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서울경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선 대통령경호처가 개조론 역풍에 직면했다. ‘대통령의 절대 안전 확보’란 숙명을 갖고 태어났지만 권력자의 지근거리에 머물면서 친위부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12·3 비상계엄 이후 사태로 확인됐다. 야권은 해체론 카드를 꺼냈지만, 전문가들은 인사위원회 설치 등 정치 중립성 담보 장치 마련이 먼저라고 목소리를 모은다.

7일 경호처에 따르면 박종준 경호처장은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경호처는 오직 경호 대상자의 절대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신변 안전 확보’가 조직의 존재 이유이자 사명이라고 밝힌 것이다. 국정을 총괄하는 대통령의 안전은 국가 안위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경호처의 이런 사명과 이에 뒤따른 특권은 존중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선 이후 경호처의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급격히 힘을 얻고 있다. 3일 공수처는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위해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했으나 경호처는 ‘대통령경호법상 경호구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수색을 불허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형사소송법 제110조·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적시했으나, 경호처가 법원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경호법을 앞세워 영장 집행을 저지한 것이다.

이후 ‘경호처가 윤 대통령 사병이 됐다’는 비판이 고조됐고, 이에 박 경호처장은 입장문을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5일 “모욕적인 언사”라며 “경호처가 (영장 집행에) 응하는 건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 유기”라고 발끈했다. 박 처장의 공개 반발은 여론을 외려 자극했고, 이후 경찰의 출석 요구까지 거부하면서 경호처의 ‘권력 남용’ 논란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여론을 등에 업고 ‘대통령 경호업무를 타 기관에 이관해야 한다’며 경호처 폐지 절차에 착수했다. 조국혁신당은 전날 “박정희 정권 때 만들어진 ‘차지철식 경호처’는 윤석열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며 ‘대통령경호처 폐지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경호처를 대통령 직속이 아닌 경찰 일원으로 둬 경호처의 권력이 통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다만 경호처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면서도 폐지론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1963년 당시 대통령제·안보 환경 등 국내 여건을 감안해 경호 전담 조직을 창설했고 그 필요성은 여전한데, 60년간 노하우를 축적한 조직을 하루아침에 폐지하는 건 감정적 대응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가·국민의 운명이 걸린 대통령 경호는 한 치에 오차가 있어선 안 되는 영역”이라며 “그 시스템을 허물어 놔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2022년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사건, 2024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등 전현직 국가 원수에 대한 테러가 빈번한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들은 대통령에게 귀속된 인사권을 외부에 맡기는 등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진단한다. 박정희 정권의 차지철, 전두환 정권의 장세동, 윤석열 정부의 김용현 등 대통령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인물을 처장으로 기용되는 일이 막는 게 본질적 해법이라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덜컥 경찰에 경호 업무를 맡긴다고 해도, 정권에 충성하는 구조를 막지 못하면 사태가 재발할 수 있지 않느냐”며 “핵심은 인사권이다. 별도 위원회에서 처장을 임명하는 구조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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