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땐 북미서 조립하는 中제조업체 겨냥
[서울경제]
백악관 복귀를 2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를 중국의 ‘트로이 목마’로 여기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이미 취임 첫날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해 25%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5일(현지 시간) “트럼프는 중국 기업들이 멕시코를 미국으로 가는 무(無)관세 관문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며 “그는 불법 이민자와 마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트럼프는 멕시코를 중국 중상주의의 트로이 목마로 생각한다”며 “멕시코에서의 중국 활동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초당적이고 장기적”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중국에 대한 ‘관세 폭격’을 시작하자 중국 기업들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를 맺은 멕시코를 생산 기지로 삼았다. 이듬해인 2019년 미국 정부는 중국 수출업체들이 철강과 알루미늄을 미국에 수출하기 위한 우회로로 멕시코를 악용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멕시코 정부는 중국산 금속에 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철강의 경우 미국에 수출되기 전 멕시코에서 ‘실질적 변형’을 거쳐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마련한 바 있다.
한편 이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위협은 멕시코에서 제품을 조립해 미국에서 판매하는 중국 제조업체를 겨냥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023년 멕시코는 중국을 제치고 대(對)미국 수출 1위국으로 올라섰다. 다만 중국의 대멕시코 수출 역시 급증했다. 멕시코의 대미 수출 가운데 중국산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5%에 불과했지만 2020년 21%까지 급증했다. 이같은 흐름이 가장 두드러진 것은 자동차 부문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멕시코 내 중국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2018년 8곳에서 2023년 말 기준 최소 20곳으로 늘어났다.
현재 중국산 부품을 사용해 멕시코에서 제조된 많은 자동차들은 차량의 75%가 멕시코에서 제조돼야 한다는 USMCA 규정을 충족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의 조슈아 멜처는 “합법적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중국에 대한 정치적 관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호르에 과야도 전 중국 주재 멕시코 대사는 “중국 냄새가 나는 것은 모두 의심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며 “‘메이드 바이 차이나’가 새로운 ‘메이드 인 차이나’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복귀를 앞두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외국인 투자 심의 기구를 설립하고 중국산 부품을 멕시코산으로 대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등 분주히 조처 마련에 나섰다. 다만 이같은 논의는 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멕시코에 있는 해외 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미국 기업은 멕시코의 대미 수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포드 등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중국 기업들을 자사 공급망에 통합한 상태다. 일부 미국 업체들은 중국 공급업체에 멕시코 내 매장을 두도록 장려하기까지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한 “멕시코 정부의 자국산 대체 계획에는 시간과 인센티브가 필요하지만 멕시코 정부에 보조금을 제공할 여력은 없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