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사진까지 불법 합성에 활용"
신고에 부담 느껴 사설업체 찾기도
[서울경제]
#교사 A씨는 지난달 23일 불법 촬영 피해를 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다른 반 학생들이 찾아와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보여주며 “선생님 반 학생이 선생님 사진을 불법합성해 텔레그램에 올렸다”고 전해주면서다. 해당 사진은 학생들 사이에 이미 널리 퍼진 상황이었다. A씨는 한겨레에 “누가 동참했는지, 누가 알고도 방관했는지 알 수 없어 아이들을 제대로 마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병가를 내고 심리상담을 받으며 경찰의 피해자 조사를 받고 있다.
#최근 교사 B씨 또한 불법 촬영 피해를 입었다. 한 학생이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는 척 교탁 앞으로 와서 치마 밑을 불법 촬영한 것. 다른 학생의 신고로 잡힌 가해자의 휴대전화에서는 포르노 사진에 B씨 얼굴이 합성된 파일이 발견됐다. B씨는 “학교가 해당 사안을 잘 마무리해줄 것이라 믿었지만, 교육청 측은 사건을 축소하고 낮은 수준의 징계로 마무리하려 했다”면서 “가해 학생 휴대전화를 추가 조사해 다른 학생의 신체가 찍힌 불법 촬영물이 추가로 발견되고 나서야 퇴학 처리됐다”고 전했다.
#교사 C씨는 최근 자신의 결혼식·자녀·가족 사진을 도용한 불법 합성물이 SNS에 올라온 사실을 알게 됐다. 가해자가 SNS에 실명 해시태그까지 달아놔 이를 보고 인지하게 된 것이다. 해당 게시글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불쾌한 표현도 있었다고 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뉴스1에 따르면 일선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를 보는 사례가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특히 교사 입장에선 가해자가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라는 사실이 큰 충격일 뿐더러, 강력한 처벌을 마냥 요구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일부 교사는 사설업체에 성착취물 삭제를 의뢰하고 있다고도 전해졌다.
전교조가 27일부터 시작한 실태조사 결과, 28일 오전까지 텔레그램을 이용한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 신고가 1400여건 접수됐다. 이 중 피해자가 교사인 경우는 절반가량에 달한다. 전교조는 접수된 피해 사례에 대해 사실 확인을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올해 1월부터 이달 27일까지 조사 결과 딥페이크 피해가 196건(학생 186건, 교원 10건)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 중 179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실제로 최근 학교 현장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지만, 교사의 피해 복구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관련 피해자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설치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로 피해 상담을 접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성적 허위 영상물 관련 상담, 삭제지원 및 유포 여부 모니터링, 수사‧법률‧의료 지원 연계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교사들은 신고 자체에 부담을 느껴 사설업체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치 않는 디지털 정보를 삭제해 주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 관계자는 "국가기관에 의뢰하기보다는 조용히 영상물 등을 지우고 싶어 할 경우 사설업체를 찾는다"며 "최근 보도를 계기로 의뢰가 급증하진 않았지만, 이런 의뢰는 꾸준히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