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피크아웃 우려에 대형주 줄줄이 하락…어닝서프라이즈도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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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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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M7 쇼크'
SK하이닉스 8.87% ↓···삼전은 8만원 겨우 지켜
LS일렉트릭 2분기 사상최대 실적에도 17% 빠져
반도체·전력株 차익실현 '홍수'···2차전지는 반등
코스닥, 바이오주 하락에 800선 붕괴 연중최저
"트럼프 리스크 여전···보수적 투자전략 필요"

[서울경제]

한마디로 검은 목요일이었다. 25일 코스피에서는 통신·철강·서비스 등을 제외한 사실상 전 업종이 하락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인공지능(AI)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000660)는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2분기 실적에도 8.87% 빠졌다. 이런 주가 급락은 미국 빅테크 기업의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AI 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미국 AI 관련 종목들이 고점에 도달했다는 진단 속에 그간 주가 상승세가 강했던 반도체, 전력 인프라, 중공업 관련 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가뜩이나 국내 증시는 이달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피격 사건 이후 변동성이 커진 터였다. 이날 외국인은 6766억 원, 기관도 1567억 원을 매도해 개인 순매수 규모(8272억 원)를 압도했다.

우려되는 것은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세가 강하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11일까지 3조 6328억 원을 사들였지만 트럼프 대선 후보 피격 사건 이후인 15일부터 이날까지 1조 6934억 원을 순매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물러나면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의 대항마로 부상했지만 당선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에 따라 한국 증시가 당분간 출렁거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이날 증시에서는 반도체·자동차 종목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엔비디아가 전날 나스닥에서 6.80% 급락하면서 2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낸 SK하이닉스는 1만 8500원(8.87%) 내린 19만 원으로 마감해 6월 5일 이후 처음으로 19만 원 선으로 추락했다. 1.95% 하락한 삼성전자(005930)는 8만 원을 겨우 지켰고 한미반도체(042700)(-5.51%), 주성엔지니어링(036930)(-8.06%), 테크윙(089030)(-9.63%), 이오테크닉스(039030)(-9.97%) 등도 급락을 면치 못했다.

전력주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LS일렉트릭(LS ELECTRIC(010120))(-17.12%), 효성중공업(298040)(-10.68%), HD현대일렉트릭(267260)(-8.48%)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LS일렉트릭은 창사 이래 2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음에도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그나마 LG에너지솔루션(373220)(3.42%) 등 2차전지 종목들은 모처럼 만에 강세를 보였다. 2차전지 산업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있었고 이를 일부 해소하면서 관련 종목들이 반등에 성공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간 투자자 외면 속에 부진했던 코스닥은 참담한 수준이다. 2차전지 종목을 제외하고 그간 상승세를 보였던 알테오젠(196170)(-9.52%), 삼천당제약(000250)(-6.05%) 등 바이오 종목들이 하락하면서 800선 아래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2% 넘게 하락하면서 지난해 11월 14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런 하락세가 기업 실적과 별개로 무차별적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반등의 여지가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유의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코스피 대형 종목들의 실적 발표와 미국 통화 당국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려 일시적인 조정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나스닥 빅테크 중심의 급락세 반복,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점, 여전한 트럼프 리스크 등은 항시 국내 증시를 불안에 떨게 만들 수 있는 만큼 기본적으로 좀 더 보수적인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 영향에 따라 반도체, 전력인프라, 방산 등 최근 주가가 좋았던 업종 위주로 차익 실현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SK하이닉스의 실적을 통해 전방산업의 반도체 수요와 긍정적인 업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트럼프 트레이드 등 정치 장세에서 벗어나 본래의 시장으로 회귀하는 과정”이라며 “다만 전 세계 대장주 역할을 하는 나스닥 기술주의 실적이 시장 불안을 유발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국내 기업의 개별 실적에 따라 업종별 차별화 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환경이 한국 증시에 불리해졌고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 산업에 대한 영향이 부각되고 있다”며 “트럼프 트레이드가 단기에 끝난다고 볼 수 없으며 한국 증시에서는 방어적 대응이 가장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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