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부모에 전화·문자로 전달
"자녀들 전화 받으면 위험하게 일 안해"
밀양·광주 등도 응용 예고
한총리 "사람 살리는 건 사람의 정성"
[서울경제]
부산지방기상청이 고안한 이른바 ‘자녀 경보’가 지역 어르신의 온열질환을 줄여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를 직접 소개하고 나섰다.
한 총리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농어촌 어르신들이 논밭에서 일하다 온열질환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사례가 늘어 안타까웠는데, 경남 창녕군 주민들은 올해부터 그런 걱정을 크게 덜었다고 해 총리실 직원들이 비결을 들으러 내려갔다”고 적었다.
시스템은 이렇다. 약 100명의 창녕군 어르신은 폭염이 오기 전 자녀들로부터 전화나 문자를 받는다. “엄마, 오늘은 덥다 카니 고추밭 나가지 마소. 집에서 물 많이 잡숫고 쉬시라 카네” 라는 식이다. 부산지방기상청이 미리 자녀들에게 “오늘 날이 무더워 위험하니 어르신이 뙤약볕에 나가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문자를 보내고, 자녀들이 부모에 이를 전하는 방식이다.
부산지방기상청은 농어촌 어르신이 관청에서 보내는 재난 문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때가 많아 고민 끝에 '자녀 경보'를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어르신들 눈이 어두워 작은 문자를 잘 읽지 못하는 문제도 해결이 될 것으로 봤다. 창녕 회룡마을 이장 김순자씨는 “우리 딸이 ‘어무이요 오늘은 밭일 나가지 마소’하고 전화하면 나갔다가도 돌아옵니다. 내 새끼들 전화를 받으면 절대 위험하게 일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부산지방기상청 직원들이 재작년부터 창녕군 마을 구석구석을 발품 팔며 어르신들에 자녀 연락처를 받았다”며 “자녀들에게도 일일이 설명하고 허락을 받았다. ‘보이스피싱 아니냐’고 기상청에 확인 전화를 거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제도는 올해 밀양시까지 확대됐고 광주지방기상청도 폭염은 물론 한파와 폭설에도 응용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자녀 경보' 아이디어를 낸 부산지방기상청 김연매 사무관은 “과정은 힘들었지만 문자를 받아보는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여름을 나고 있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김 사무관님, 수고 많으셨습니다”며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사람을 살리는 것은 결국 사람의 정성이고 집념이다. (공직자들이) 힘드신 줄 알지만, 모두 더 열심히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올 여름, 우리 국민의 피해가 가능한 적었으면 한다”고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