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아동병원 덮친 러 미사일, 서방 부품 사용…"러, 제재망 뚫은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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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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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발사된 KH-101 잔해 분석 결과
16개 부품 인텔·ADI 등 서방제 분석
서방제재에도 여전히 '제3 루트' 통해
러시아 ‘KH-101’ 미사일 잔해.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최근 우크라이나 최대 규모 어린이 병원을 공습해 수많은 사상자를 초래한 러시아 미사일 제품이 다수의 서방산 부품으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러시아가 서방의 수출 제재를 우회하는 데 성공했으며 보다 진보된 기술을 활용해 무기를 계속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관리들을 인용해 “키이우 아동 병원을 공격하는데 사용된 러시아 KH-101 미사일은 서방이 설계한 부품으로 구성됐다”고 보도했다. 병원 직격 직전 카메라에 포착된 해당 미사일은 러시아의 최신형 순항 공대지 미사일 중 하나다. FT는 “러시아의 무기는 서방, 특히 미국의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같은 분석은 앞선 1일 우크라이나에 발사된 KH-101 잔해를 분해한 후 나왔다. 해당 제품 내부에서는 총 16개의 서방제 부품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2개는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상표가 붙어있었고 나머지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아날로그디바이스(ADI)·인텔 등 미국 업체 제품이었다. FT는 “러시아 서류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 업체들은 지난해 오픈마켓에서 부품들을 구매해 중국을 통해 수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분석에 따르면 KH-101 미사일 완제품의 경우 50가지 이상의 해외 부품을 포함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러시아의 KH-101 미사일 생산량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보다 크게 증가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RUSI)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KH-101 미사일을 420대가량 생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1년(56기)의 8배 수준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소재 KSE연구소의 올레나 빌루소바 제재연구책임자는 “서양의 기술은 러시아가 더 진보된 미사일을 만들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해당 미사일들은 우크라이나의 ‘고군분투’하는 방공망을 통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계속해서 서방산 부품을 구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무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인 파벨 루진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모든 전자부품이 (서방 제재를 받는) 군사용인 것이 아니다”라며 “제재 대상이더라도 러시아는 중동과 동남아시아를 통해 이를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해외에서 제조되더라도 미국 기술을 활용했다면 수출 제재 대상이 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에 얽매이지 않는 제3의 구매자들이 부품을 재판매하는 것까지 감독하기는 어렵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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