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참사’ 운전자 “브레이크 안들었다”는데…블랙박스속 말 들어보니

입력
기사원문
남윤정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지난 1일 발생한 서울 시청역 앞 차량 돌진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운전자 차모씨 부부가 대화 중 부주의로 사고를 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4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찰이 분석한 차씨 부부 차량 블랙박스에는 부부가 시청역 인근 웨스턴조선호텔에서 부인 김모씨의 친오빠 칠순 잔치를 마치고 나온 뒤 ‘호텔 식사가 참 좋았다’와 같은 취지의 대화를 한 내용이 담겼다. 이야기는 계속됐고 분위기는 대체로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분위기가 바뀐 건 차씨가 몰던 차량이 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와 일방통행로인 세종대로 18길로 잘못 들어선 뒤였다고 한다. 부부의 대화가 이때 갑자기 끊긴 것이다.

차씨는 당황한 듯 “어어어”라고 말했고 이후 충돌 장면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아!” 소리를 지르면서 “천천히 가라, 왜 이렇게 빨리 가냐”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브레이크가 안 들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차씨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착각했을 가능성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기자들의 '스키드마크가 발견된 게 없느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밝혔다.

스키드마크는 최대 감속도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정지할 경우 도로 표면의 마찰력에 의해 타이어가 녹아 도로 표면에 흡착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급발진 여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단서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스키드마크가 급발진 단서가 아니냐는 부분은 맞는 얘기"라면서도 "어떤 방향성을 갖고 수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고기록장치(EDR),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통해 객관적인 사실관계와 실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주행 전 구간에서 스키드마크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가해 차량 운전자인 차모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거나 약하게 밟아 급제동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마지막 정차 지점에서는 브레이크가 작동해 차량이 스스로 멈춘 것을 고려하면 브레이크에 결함이 있었을 확률은 낮은 만큼, 차씨가 정차하기 전 역주행으로 돌진하던 구간에서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고 급발진도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앞서 지난 1일 오후 9시28분께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한 승용차가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 보행자들을 덮쳐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사고 차량 운전자 차모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2일 입건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