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재인계 의원들은 선 그어
고민정 “없애는 것은 말이 안 된다”
9일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공수처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많지만 애써 만들어 놓은 것을 없애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화하고 실질적 권한을 가질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며 “(공수처 폐지론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친문계 의원은 매일경제 통화에서 “폐지론을 얘기할 때가 아니”라며 “중간고사 성적이 안 나왔으면 기말고사 준비를 도와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신 의원도 “논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출범해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건 맞다”면서도 “폐지보다는 개편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친이재명계 일색이란 지적을 받던 민주당 내부에서도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친문재인계에선 공수처가 5년간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력과 권한을 보강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 초·재선 의원과 친명계 의원들이 폐지론을 주창한 데 따른 것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공수처 존치 여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설립했으나 수사 인력이 부족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수사기관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중진들은 속도 조절을 주문하고 있다. 친명·친문 분열을 우려하는 시선도 엿보인다. 야당 중진 의원은 “수사권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필요는 있으나 공수처 폐지를 논의하는 건 이르다”며 “이재명 대표도 공수처 폐지에 관한 얘기는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비록 문재인 정부에서 출범했으나 국민의힘이 발목을 잡으면서 수사 역량을 강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율사 출신 민주당 의원은 “정원을 늘리고 임용 기준을 완화해 우수 인력을 확보했어야 했는데 국민의힘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