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경남·광주·부산·전북·제주은행 등 5개 지방은행과 iM뱅크(옛 대구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조4466억원으로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가계대출 잔액인 69조5098억원보다 적었다. 인터넷은행이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지방은행보다 가계에 더 많은 대출을 내준 셈이다.
인터넷은행이 플랫폼 경쟁력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성장을 이뤄내고 금융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비대면 대출, 대출 갈아타기 등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며 기존 은행 고객들을 많이 끌어들였다. 또 인터넷은행은 싼값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다양한 요구불예금 상품을 통해 가계대출을 확대하기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내줄 수 있었던 배경이다.
실제로 인터넷은행 3곳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8조1137억원으로, iM뱅크와 지방은행 5곳 합산 28조2898억원보다 많다.
그 결과 인터넷은행 출범 초기인 2021년 3분기 31조2262억원에 불과했던 인터넷은행 3곳의 가계대출 잔액은 3년 새 37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반면 지방은행은 같은 기간 62조4645억원에서 7조원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규모가 인터넷은행의 2배에 달했지만 3년 만에 추월당한 것이다.
인터넷은행 1위인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3분기 가계대출 잔액이 41조2228억원으로 지방은행 중 가계대출 규모가 가장 큰 iM뱅크(20조7655억원)보다 2배가량 많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방은행은 오히려 인터넷은행과 협업에 나서고 있다. 경쟁자이지만 생존을 위해 손잡아야 할 대상이기도 한 것이다. 가장 먼저 광주은행이 토스뱅크와 ‘공동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전북은행은 카카오뱅크, 경남은행은 토스와 사업 제휴를 맺고 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