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이상 처음으로 앞질러
초혼 늦어지고 맞벌이 느는데
자녀 양육비용 계속 늘어
“둘째·셋째 계획은 언감생심”
자녀를 한 명만 낳으려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3인 가구가 4인 이상 가구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6일 행정안전부의 2024년 주민등록 인구통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3인 가구는 405만2362가구로 4인 이상 가구 393만8795가구를 앞질렀다.
구성원이 5명인 가구는 2016년 107만7119가구에서 지난해 70만7014가구로 34% 급감했다. 4인 가구도 같은 기간 394만3543가구에서 305만745가구로 23%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3인 가구는 392만7088가구에서 405만2362가구로 증가세를 보였다. 자녀를 2명 이상 낳는 것을 포기하는 부부가 늘어나면서 3인 가구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자녀를 한 명만 낳으려는 풍조가 강해진 배경에는 과거보다 늦어진 초혼 연령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기간 여성 평균 초혼 연령은 26.49세에서 31.45세로 5세가량 늘었다. 이 기간 여성 평균 초혼 연령은 계속 상승했다.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시기가 늦춰지면서 예전처럼 자녀를 2~3명 낳을 수 있는 경우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0대 후반 직장인 B씨는 “결혼이 늦어지고 첫째 아이를 가지는 시점도 늦춰지면서 시험관 시술로 겨우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며 “둘째를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시험관 당시 힘들었던 기억을 생각하면 다시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C씨는 “아들 하나를 키우는데 계산해보니 퇴직할 때 아들은 군복무할 나이”라며 “둘째를 갖고 싶지만 훗날 금전적 측면에서 첫째만큼 지원해주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일찌감치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허삼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가구들은 초혼 연령이 늦춰지고 맞벌이가 늘어났는데 이전 가구보다 자녀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돈은 더욱 늘었다”며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직장에서의 경력 단절에 대한 걱정도 커졌고, 이 때문에 지금 젊은 가구들이 자녀를 둘 이상 가지는 게 어려워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다자녀(18세 미만) 가구 기준을 기존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한 것도 이런 연장선이다. 기준이 완화되면서 2자녀 가구도 앞으로 자동차 취득세를 50% 면제받는다. 기업·사회가 함께 자녀를 양육하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기업이 운영하는 모든 어린이집의 취득세·재산세는 100% 감면된다.
허 교수는 “출산정책은 1990년대부터 이슈가 됐지만 근시안적 접근 때문에 계속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며 “맞벌이 부부의 경력단절에 대한 걱정을 없애주고, 육아휴직 기간 소득 걱정이 없는 재정적 지원이 이뤄지는 식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