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뇌가 너무 보고 싶어서”…머리에 넣는 손전등 개발, 두께가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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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5.01.02. 오전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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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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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탈리아 공동개발
1㎜도 안되는 바늘 모양
뇌 속 생태분자 변화 관찰


연구팀이 개발한 분자 손전등. [스페인 국립암연구센터]
유럽 과학자들이 뇌 속 생체분자들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는 이른바 ‘분자 손전등’을 개발했다. 두께가 1㎜도 되지 않는 이 손전등은 살아 있는 동물의 뇌에 삽입해도 손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종양 등으로 인해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분자 수준에서 관찰할 수 있어 생물학 연구는 물론 추후 암환자 치료에도 새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페루초 피사넬로 이탈리아기술원 생물분자 나노기술센터 연구원과 마누엘 발리엔테 스페인 국립암연구센터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소드’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생체분자는 생물계에서 발견되는, 생명활동에 참여하는 분자다. 단백질이나 핵산 등이 대표적인 생체분자로 꼽힌다. 암이나 기타 신경 병리로 인한 뇌의 생체분자를 관찰하는 것은 생물의학 연구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특히 뇌에 손상을 주지 않는 비침습적 방식으로 이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연구팀은 ‘광유전학’ 기술을 도입해 이를 달성했다. ‘빛의 학문’인 광학과 유전학의 합성어인 광유전학은 빛으로 신체를 조작해 반응을 일으키는 기술이다. 근육은 물론 개별 신경세포 단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발한 분자 손전등은 아주 얇은 바늘 형태다. 두께가 1㎜에, 빛을 내는 끝단의 폭은 1미크론(1000분의 1㎜)에 불과하다. 끝단은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작고 얇다. 연구팀은 “사람의 머리카락은 지름이 30~50미크론”이라며 “분자 손전등의 끝단은 머리카락보다 얇아 뇌에 깊이 삽입해도 손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살아 있는 뇌를 바로 관찰할 수 있다. 뇌 속 생체분자들의 변화는 물론 뇌 구조 분석까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뇌종양 환자가 수술 후 뇌에 종양이 남아 있는지도 이 분자 손전등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며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진행해 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광유전학 기술은 뇌 연구와 생명과학의 혁명을 가져왔다고 평가받는다. 우울증,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핵심 기술로 부상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지난해 5월 빛으로 근육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한 바 있다. 전기 자극 대신 빛 자극을 주면 피로감 없이 더 자연스레 근육을 제어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뇌졸중 환자나 척수 손상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미국 일리노이주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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