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신발재봉틀...작업속도 2주->15분
장인들 임금 2년치 이상 감소효과 유발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은 기존의 노동과 일자리를 대체해왔습니다.
일례로 19세기 영국에서 출시된 ‘맥케이 스티처’(The McKay Stitcher)는 많은 제화공의 노동이 기술로 대체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멕케이 스티처는 일종의 ‘신발 재봉틀’로 제화공들의 신발 생산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였습니다. 신발의 갑피(윗부분)와 밑창을 기계로 재봉할 수 있어 2주가 걸리던 작업을 15분으로 줄였습니다. 이에 따라 신발 장인은 약 2.2년의 임금을 잃었고 장인의 일을 물려받은 자녀는 2.5년의 임금을 잃었습니다. 재봉틀은 미숙련·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했고 경제적 이익은 소수의 신발 공장 소유주에게 돌아갔습니다.
이같은 맥락에서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기술의 발달에 따른 일자리 시장 변화에 대한 논의를 더욱 뜨겁게 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란 말 속에서도 알 수 있듯이 AI는 인간의 능력을 인공적으로 구현, 즉 인간의 대체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AI)의 발달이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사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활발히 이뤄져 왔습니다.
결론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AI와 자동화는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기회와 일자리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즉 단순노동의 일자리는 사라지되, 새로운 기술을 다뤄야 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란 의미입니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 2019년 ‘미래 일자리 리포트’를 통해 “2025년까지 8500만 개의 기존 일자리가 자동화로 인해 사라질 수 있지만, 동시에 97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성될 것”이라 예측하는 등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된 바 있습니다.
일자리 교육 및 국가경쟁력강화 과제
최근 매일경제신문은 제25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이 두 가지 과제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한 세션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연사로 나선 아르투로 브리스 IMD 교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IMD 세계 경쟁력 센터를 이끄는 분입니다. IMD 세계 경쟁력 센터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경쟁력 순위는 각국 정부가 경제정책을 수립할 때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됩니다. 매년 수백개 지표로 각 국가를 심층 분석해, 경쟁력이 낮은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올해에는 67개국을 대상으로 경제 성과, 정부효율, 기업효율, 인프라 등 4개 부문을 336개 지표로 평가하는 등 매년 세부 지표는 늘고 있습니다.
브리스 교수는 이번 세계지식포럼에서 ‘AI시대 인재유치의 함정, 그리고 국가경쟁력’이란 주제로 강연을 펼쳤습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노동력의 상당 부분을 생산성이 낮은 저임금 노동으로 내몰았다”며 “신규로 고용되는 노동자들은 ‘맥케이 스티처’ 이전의 신발 장인들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브리스 교수는 ‘기술 수용의 3단계’(Technology Adoption)라는 개념으로 이런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1단계는 ‘대체’(Displacement) 단계이다. 새로운 기술로 출현으로 자동화 등이 일어나 기존 노동자들이 대체됩니다. 2단계는 ‘복직’(reinstatement) 단계입니다. AI 기술은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지만 일자리를 잃고 재고용된 노동자들은 신발 공장의 제화공들처럼 더 적은 임금을 받게 됩니다. 마지막 단계는 ‘디지털 사회’(Digital Society)입니다. 사회 전체의 생산성은 더 높아지고, 노동자의 임금은 더 낮아집니다. 노동자들의 노동이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 일도 늘어나게 됩니다.
새로운 일자리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삶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AI시대 무엇보다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국가의 능력이 중요하다”며 “전 세계 기업 임원들의 이동을 살펴본 결과 임원들은 삶의 질이 좋은 나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인재 유치를 잘하는 나라로는 스위스를 꼽았습니다. 스위스는 특히 외국인 고급인력 유치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MD는 세계 경쟁력 순위 외에도 ‘세계 인재 순위’ 보고서도 매년 발표하는데, 스위스는 올해 만점을 받아 11년 연속으로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세계 인재 순위는 ‘교육과 훈련에 대한 투자 수준’, 외국인 고용환경 등 ‘매력도’ 등 32개 세부 지표 분석을 통해 순위가 매겨집니다.
브리스 교수는 또 “기업이 해외에서 새 상품을 출시하는 등 영업활동을 할 때도 세금을 적게 매기는 친기업적인 정책을 펴는 정부가 유리하다”며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