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韓대행 공수처 고발
헌재 임명·내란특검 지연땐
내각 연쇄탄핵 경고도 나와
대통령·총리·장관 6명 공석
5명 더 이탈 땐 국무회의 마비
◆ 탄핵 정국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진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은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갔다. 한 권한대행 탄핵안에 대한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의 제안설명 직후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재적 의원 과반수(151명) 찬성으로 의결하겠다"고 밝히자 여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단상 앞으로 몰려들었다.
이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단독 처리했다. 앞서 여야가 의결 정족수를 놓고 공방을 벌였으나 우 의장은 예상대로 야당 손을 들어줬다. 여당은 대통령 탄핵소추에 준하는 200명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의장석 앞에서 '원천 무효' '의장 사퇴' '직권남용' 등의 구호를 번갈아 외쳤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주석 헌법재판소법' 책을 펼쳐 들며 항의했다. 같은 당 임이자 의원은 "이게 의회 폭거가 아니면 뭐냐, 대한민국 국회가 맞느냐"고 소리쳤다. 이에 민주당은 '윤석열 사퇴'와 '내란 동조'를 외치며 맞받아쳤다.
여당 의원들이 23분간 항의한 뒤 퇴장하자 야당 주도로 재석 의원 192명 만장일치로 탄핵안을 가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 밖에서 민주당을 규탄했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부결하기로 당론을 정했다"며 "의결 정족수를 과반수로 정한다면 투표에 참여할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탈표가 나왔다. 여당에선 조경태 의원이 유일하게 표결에 참여했다. 조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과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 표결에도 참여했다. 앞서 야당 의원들은 조 의원에게 악수를 건네며 친근감을 표하기도 했다.
여당에선 한 권한대행 탄핵에 속도가 붙은 배경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꼽고 있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이날 "정권 교체 이후 무려 29번째 탄핵안이다. 이런 민주당의 행태는 연쇄탄핵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는 이유는 조기 대선 정국을 유도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어버리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 대표는 이날 한 권한대행의 최근 행보를 놓고 "내란 수괴의 직무 복귀를 위한 도발도 서슴지 않고 국가 유지를 위한 헌법기관 구성을 미루며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또 다른 국헌 문란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탄핵 요구 목소리를 '빛'으로 묘사하며 민주당이 '빛의 혁명을 위한 도구'가 되겠다는 주장도 내놨다.
헌법재판관 임명이 미뤄질수록 대통령 탄핵심판이 늦어질 수 있기에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에도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6·3·3원칙에 따라 이 대표 재판을 내년 5월까지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도 이 같은 시선을 고려해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보다는 '내란 공범'에 초점을 맞춘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 중진 의원은 "한 권한대행을 거쳐서 계엄령이 건의됐다는 의혹이 나왔다"며 "공범으로서 윤 대통령과 한배를 탔기에 국정을 맡겨둘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 고발도 진행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공수처에 한 권한대행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내란 상설특검법이 통과됐으나 한 권한대행이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이유다.
야당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치켜세우면서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국무회의에서도 계엄 선포에 강하게 반대했고 경제를 살리려는 의지가 크기 때문에 한 권한대행처럼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헌법재판관 임명이 핵심이다. 야당은 최 부총리가 임명을 서두르지 않으면 연쇄 탄핵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 부총리는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상설특검 추천 의뢰를 진행하고 내란·김건희 특검법도 공포하라"고 말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최 부총리를 탄핵하는 방법도 있고 국회가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각 총사퇴라는 강경론도 제기됐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 부총리가 내란 공범이 되는 상황에는 여러 명의 국무위원을 함께 탄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무회의는 대통령, 국무총리, 19개 부처 장관 등 21명으로 구성된다. 탄핵·사퇴 등으로 6석이 빈 상황에서 5명이 추가 탄핵되면 국무회의는 의사정족수 미달로 기능이 정지될 수 있다. 현행법에는 국무회의 정지에 대한 조치가 따로 없다.
[성승훈 기자 / 최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