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거래 규모도 한달새 4배
코스피·코스닥 합친규모 육박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가상자산 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계좌를 보유한 투자자는 전달 대비 61만명 늘어 1559만명을 기록했다. 복수 거래소에 중복 가입한 숫자가 모두 포함된 수치다. 지난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 따라 한은에서 집계한 자료로 수치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자자 증가에 가상자산 가격 상승까지 더해져 보유금액도 지난달 말 시가 기준 총 102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76.9% 증가하며 100조원을 돌파했다. 1인당 보유금액은 올해 7월부터 10월까지 341만~387만원 수준을 오가다가 11월에 658만원까지 불어났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지난 10월 3조4000억원에서 11월에는 14조95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달 코스피와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을 합한 16조8917억원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보관된 예치금도 지난 10월 말 4조7000억원에서 11월 말 8조8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신장했다.
가상자산 투자자 증가에는 트럼프의 차기 대통령 당선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후보자 시절부터 “미국을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 등의 발언을 통해 가상화폐 시장에 우호적인 입장을 드러내왔다.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등 다수의 친(親)가상자산 인사를 인수위원회에 포함하기도 했다.
이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화폐로 투자자가 집중됐다. 트럼프가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지정하고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철폐하면 가상자산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일례로 비트코인은 트럼프 당선 직전인 지난달 5일 6만8000달러(약 9900만원) 수준에서 폭등해 최근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0만달러(약 1억4500만원)를 넘나든다.
유가증권시장의 지지부진한 흐름이 가상자산 투자를 늘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지난해 12월 말부터 이달 24일까지 30% 넘게 오르고, 일본 닛케이지수는 17%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는 6% 넘게 하락했다. 이에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을 탈출해 미국 주식, 달러, 가상자산을 사들이는 ‘머니 무브’가 본격화한 것이다.
다만 투자자가 가상자산 가격 급등락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 18일 비트코인은 사흘 연속 신고가를 경신하며 처음으로 10만8358달러(약 1억5740만원)를 찍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10만달러 선이 붕괴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비트코인 가격은 10% 빠졌다. 이는 지난 8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