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과 인근 지역을 포함해 4곳의 그린벨트 해제 지역을 공개한 5일. 핵심지로 꼽힌 서초구 내곡동과 고양시 대곡동 일대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둘 다 정부가 수도권 신규 택지를 발표할 때마다 ‘단골 후보지’로 거론됐던 곳인만큼 “예상했던 수순”이라는 주민 반응이 많았다. 다만 개발 계획이 확정된 만큼 생활 편의성이 개선되고 지역 가치가 본격적으로 높아지는거 아니냐는 기대감은 숨기지 않았다. 물론 난개발이 재연되는거 아니냐는 우려도 교차했다.
서초구 내곡동이나 고양시 대곡동 모두 낡은 주택과 비닐하우스가 가득한 곳이다. 하지만 개발제한구역 해제 기대감 때문에 토지 가격만큼은 그동안 꾸준히 상승 추세였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 설명이다.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내곡동 토지 매매가격은 3.3㎡당 450만원, 원지동 일대는 300만원대다.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토지 소유자 대부분 은퇴한 노년층으로, 은퇴 후 농사와 투자 목적을 동시에 노리고 이곳의 땅을 매입해 왔다”며 “큰 면적으로 거래될 때 수십억의 자금이 필요한만큼 손바뀜이 자주 있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고양시 대곡동의 경우에는 복합환승센터 효과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거 아니냐는 기대도 있다. 대곡역은 현재 지하철 3호선과 경의중앙선, 서해선이 지나고 있고, 연말부터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교외선(대곡역~의정부)도 정차한다. 대곡역 근처 C공인중개업소는 “대곡역은 환승이 5개나 되고, 앞으로 고양선도 들어올 수 있다”며 “그동안 환승센터 계획만 있고 주거시설은 없어서 ‘반쪽자리’로 전락하는거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는데, 이제 퍼즐이 맞춰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곡역 인근 농지값은 3.3㎡당 180~3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서초더샵포레 전용84㎡는 올해 2월 12억9500만원에 거래됐는데 9월에는 15억원까지 매매가격이 올랐다. 경기 화정역 별빛마을6단지 전용103㎡는 작년 12월에 7억2000만원이던 가격이 올해 8월에는 8억1250만원까지 상승한 상태다. 인근 주민들은 “대규모 개발로 동네가 시끄러워지고 거주 환경이 악화될까봐 걱정이 앞선다”면서도 “생활 편의성은 상당 부분 좋아질 듯 하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를 노리고 이미 투기 수요가 진입한거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지분 쪼개기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지분 쪼개기 방식은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수법으로, 업체가 매입한 토지를 쪼개 수십에서 수백 명에게 웃돈을 얹어 되파는 방식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세곡동과 내곡동 그린벨트 지역의 전체 거래 내역 169건 가운데 80건(47.3%)이 지분 매매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지분거래가 23건으로 5년 동안 거래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내곡동 산지의 한 그린벨트 임야는 지난해 5월30일 하루에만 20번에 걸쳐 지분이 직거래 되기도 했다. 내곡동 한 주민은 “몇 년 전부터 이 일대는 기획부동산이 한 바퀴를 싹 돌았다”며 “이미 부동산 회사에서 소식을 알고 매매를 중개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대곡동 주민들도 “땅 주인은 죄다 서울 사람들”이라며 “토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매물도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투기 논란을 사전에 진화하기 위해 나섰다. 국토부는 발표에 앞서 국토부 직원과 사업 제안자 1만5275명, 그 직계존비속에 대한 토지 소유현황을 전수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1명이 후보지 내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2010년 증여로 취득한 점을 고려해 투기 개연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지구와 인근 지역 내 최근 5년 동안의 부동산 거래 5335건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서 1752건의 이상거래를 확인했다. 미성년이나 외지인이 매수했거나 잦은 손바뀜, 기획부동산 의심 사례 등이었다. 국토부는 의심거래에 대해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해당 지구는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즉시 지정하고 개발행위도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