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현장 떠난후 5시간뒤 복귀
"누가 아닌 무엇 옳은지 중요
국민 생명, 감수할 위험아냐"
尹, 취임 이후 연찬회 첫 불참
정기국회를 앞두고 29일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서는 최근 불거진 당정 갈등의 여진이 그대로 표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연찬회에 불참했으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의료개혁 관련 정부보고가 진행되는 동안 자리를 비웠다.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2024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진행 중이다. '민생을 지키고 미래를 열다'란 주제로 개최된 연찬회에는 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과 정부 측 국무위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연찬회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2년 연속으로 연찬회에 등장해 의원들과 만찬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의 불참이 30일로 예정됐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이 연기된 것과 겹치며 일련의 행보가 최근 한 대표가 의정 갈등 중재안을 제의해 윤 대통령이 불쾌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쏟아졌다.
한 대표는 이날 개회식이 끝난 직후인 오후 2시 6분께 연찬회 장소를 떠나며 의료개혁 관련 정부보고를 듣지 않았다. 이날 연찬회에 정부보고 일정이 포함된 것은 최근 한 대표 등 여권 일각이 정부 추진 방향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정치권의 평가다. 국민의힘 원내행정국은 전날 공지로 일정을 알리며 "사전 이해를 돕기 위해 의료개혁 관련 대통령 대국민 브리핑 전문을 이메일로 보냈다. 의원들께서는 참석 전까지 일독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사실상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에 당이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는 주문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일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부처에서 보고하는데 꼭 나가야 하는 일정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그런 일정이 있는데, 확인해드릴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린다"고만 했다. 한 대표는 4시간50분가량 자리를 비운 끝에 이날 오후 6시 54분 연찬회 장소로 돌아왔다. 그는 '정부보고를 들었다면 당정 소통의 기회가 됐을 것 같다'는 취재진의 말에 "소통의 문제를 자꾸 얘기하시는데 중요한 게 아니다"며 "누가 옳으냐보다 무엇이 옳으냐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해줄 만한 중재와 타협책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발언했다. 이어 한 대표는 현재 의료체계에 대해 "저는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것이고, 당국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시는 것 같다"며 "당국 판단이 맞기를 바라지만 국민 건강이나 생명은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의료개혁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당사자들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의료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당에 협조를 구했다. 특히 장 수석은 '의대 증원 유예안'을 겨냥해 "과학적인 근거 없이 의료계에 굴복해서 의대 정원을 변경하거나 뒤집으면 이걸 지켜보고 계시는 국민들이 실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은 "2026학년도 정원은 교육부법에 의해 1년8개월 전에 정해져 있기에 바꿀 수 없다고 해놓고, 2025학년도 정원을 올해에 바꾼 것은 사실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의료개혁 필요성에 관해서는 대체적으로 공감했다"고 전했다.
[인천 박윤균 기자 / 박자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