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호텔 화재, 딸의 마지막 전화에 모두가 울었다…“엄마·아빠 내 몫까지 잘 살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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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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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불이 나 연기가 치솟는 모습. [사진 출처 = 경기 부천소방서, 연합뉴스]
경기 부천시 호텔에 불이 나 투숙객 등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가운데 화재로 숨진 이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23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부천시 호텔 화재로 숨진 여성 김모씨(28)는 화재가 발생한 지 3분 뒤인 전날 오후 7시 42분께 아버지(56)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씨는 “큰일났다. 연기가 가득 차서 나갈 수가 없다”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5분여 뒤 다시 전화를 건 김씨는 아버지에게 “5분도 못 버틸 것 같다. 내 물건은 다 버려달라. 내 몫까지 잘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사고 당일은 김씨 아버지의 생일이었다.

김씨는 낮엔 휴대전화 매장에서 근무하고, 밤에는 늦은 시간까지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아버지는 “일찍 가세가 기운 탓에 딸이 집안의 중심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23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경찰 및 소방 관계자 등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날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지상 9층 규모 호텔에서 불이나 총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으며, 다친 사람중 3명은 중상이다. 사망자는 모두 한국 국적이다.

화재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810호 객실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소방은 추정하고 있다. 불이 호텔 전체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순식간에 건물 내부에 검은 연기가 가득 찬 데다 유독가스로 인해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준공된 이 호텔 객실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 규모가 컸다. 스프링클러는 관련법 개정으로 2017년부터 6층 이상 모든 신축 건물에 층마다 설치하도록 의무화됐다. 그러나 일부 의료기관 등을 제외하면 설치 의무가 소급 적용되진 않는다.

숨진 김씨는 생전 통화에서 “연기만 가득 차 있고 (천장에서) 물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고 한다. 불길을 피하지 못한 김씨는 결국 객실 화장실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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