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가장 많은 16조원 증가
우리는 특화채널로 中企 공략
'전통 강자' KB, 신규영업 주춤
부실채권 늘어 건전성 우려도
올 들어 7월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이 51조원가량 늘어나는 등 기업 영업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신한·하나은행과 중소기업 특화 채널을 앞세운 우리은행의 약진이 돋보인 가운데 정부가 가계빚 관리에 적극 나섬에 따라 기업대출이 대체 수익원으로 부상하면서 은행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공격적으로 기업대출을 늘리면서 부실채권이 늘어나고 있다고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21일 매일경제가 5대 은행 기업여신을 분석한 결과 올 들어 7월까지 50조9146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증가폭(35조2173억원)보다 47% 늘어난 수치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기업여신에 집중해온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은행별 증가폭은 신한은행이 15조946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12조8094억원) 우리은행(11조5241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통적인 기업여신 강자인 KB국민은행은 7조2552억원에 머물렀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한은행이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린 점이다. 기업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이 1분기 주가연계증권(ELS) 이슈로 주춤한 사이 신한은행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우리은행도 중소기업 특화 채널을 오픈하며 기업금융을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작년 조병규 행장이 취임하면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1차 목표로 내세운 후 선보인 중소기업 특화 채널 '비즈프라임센터'가 1년 만에 기업여신 1조640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비즈프라임센터 총 8곳 중 국가산업단지인 반월·시화에 오픈한 지점에서는 나 홀로 중소기업 대출을 1조원 이상 유치하는 좋은 성과를 냈다.
작년까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했던 하나은행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작년 기업여신 잔액을 20조원 넘게 늘릴 정도로 활발하게 나섰지만 틈새를 파고들었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연체율 문제가 부각되자 올해 4월 이후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됐다. 지난 7월에는 3000억원가량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KB국민은행은 기업대출 절대 잔액으로는 부동의 1위지만 1분기 ELS 사태에 따른 충당금 이슈 등으로 위험가중자산(RWA) 축소가 불가피해 기업대출에 적극 나서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 전반적으로는 기업대출 중에서도 위험가중자산 감축 차원에서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영업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지난 7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656조1554억원으로 대기업 대출잔액(162조731억원) 대비 4배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증가액은 대기업 대출이 25조6447억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이 25조2699억원으로 비슷했다.
은행권이 경쟁적으로 기업대출을 늘렸지만 부실채권 비중이 확대되는 등 부작용도 부각되고 있다. 기업대출 경쟁 심화가 은행권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총여신 중 기업대출의 고정이하(3개월 이상 연체) 여신 비율은 올 상반기 말 0.33%로 지난해 말(0.31%)보다 0.02%포인트 늘었다. 2022년 말(0.26%)보다는 0.07%포인트 증가했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고정이하 여신은 올 상반기 말 2조8075억원으로 전년 말(2조4168억원)에 비해 16.2%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고정이하 여신 증가폭 12.0%를 훌쩍 웃도는 숫자다.
[박인혜 기자 / 양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