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풀린다는 서울 그린벨트…환경단체 반발해도 ‘이곳’부터 [부동산 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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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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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기자-34]
서울 집값 상승세 심상찮자
정부, 공급확대 8.8대책 발표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개발제한구역 일대 [사진출처=연합뉴스]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무려 20주 연속 오르는 상황입니다.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결국 정부가 나섰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일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는데요. 이른바 8.8 대책입니다.

이번 대책에는 주택 공급을 늘리는 다양한 방안이 담겼습니다. 공급을 대폭 늘려 수요 심리를 어떻게든 분산시키겠단 거죠.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여러 선택지로 흩어지면 집값이 좀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입니다.

구체적인 목표는 ‘앞으로 6년 동안 수도권에 총 42만 7000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겁니다. 이 중 21만 가구는 아파트를 대규모로 지을 수 있는 새로운 택지를 발굴해 공급할 계획입니다. 나머지 21만 7000가구는 이미 계획된 물량을 더 빨리 공급하는 구상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1·2부에 걸쳐 알아보겠습니다.

정부, 12년만에 ‘서울 그린벨트’ 해제 나선다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건 단연 ‘신규 택지’가 어디일지입니다. 그간 서울이나 서울 근교가 아니면 공급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지적이 계속 나왔는데요. 이를 고려한 듯 정부는 이번에 아예 “서울 그린벨트를 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2년 이후 12년 만에 다시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낸 겁니다. 구체적인 대상지는 오는 11월 발표합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둘째)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첫째), 오세훈 서울시장(왼쪽 셋째) 등이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매경DB]
그린벨트(Green Belt)는 자연 환경을 지키기 위해 지정한 구역입니다. 공식 명칭은 개발제한구역이죠. 그린벨트란 제도 자체를 최초로 만든 건 영국 런던입니다. 우리나라에는 1971년 처음 도입됐어요. 1970년대 서울이 급격하게 발전하며 도시가 너무 무질서하고 무분별하게 팽창했기 때문입니다. 난개발을 막는 차원에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서울 주택난이 심각해질 때마다 그린벨트는 조금씩 풀렸습니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2009년~2012년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했습니다. 당시 서울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일대 그린벨트 약 5㎢가 풀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죠. 이후 12년 동안은 그린벨트가 대규모로 풀린 적은 없습니다.

강남권 그린벨트에 1만 가구 이상 공급되나
현재 서울의 그린벨트 면적은 149㎢입니다. 서울 전체 면적의 약 25%를 차지합니다. 자치구별로 보면 서초구(23.9㎢), 강서구(18.9㎢), 노원구(15.9㎢), 은평구(15.21㎢) 순으로 그린벨트 면적이 넓습니다.

관건은 ‘서울 어느 지역의 그린벨트를 풀 것이냐’입니다. 일단 강북권 그린벨트는 대부분 산에 설정돼 있어 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숲을 훼손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산이나 구릉지는 경사가 있어 애초에 택지로 개발하기 적합하지 않기도 합니다.

[매경DB]
그래서 강남권 그린벨트를 위주로 풀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옵니다. 국토부 관계자도 8.8대책 발표 당일 “구체적으로 어디라고 말할 순 없지만 선호 지역이 상당 부분 포함 된다”고 말했습니다. 환경단체 등의 반발을 무릅쓰고 그린벨트 해제란 초강수를 두는데, 선호지역이 아니면 당국이 역풍을 맞을테니까요. 규모는 서울에서만 1만 가구 이상이라고 합니다. 수도권 전체에선 8만 가구를 공급합니다.

서울시도 힌트를 줬는데요. 그린벨트 중에서도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훼손 지역을 위주로 해제를 검토한다고 합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린벨트라 해서 모두 산림이나 숲인 것은 아니다”라며 “시가지에 농경지나 경작지, 창고가 있는 등 보존성이 낮은 곳을 훼손지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2의 세곡·내곡 탄생?...송파·하남 경계도 거론
유력 후보지로는 과거에 한번 그린벨트가 풀린 적이 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자곡·수서동이 꼽힙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기존 세곡·내곡지구 풀었던 곳과 인접한 곳을 확대해서 (해제)하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비닐하우스 위주인 곳이 있기 때문”이라며 “어느 정도 기존 교통·생활 인프라스트럭쳐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서울 그린벨트 지역 중 하나인 서초구 내곡동 개발제한구역 일대 모습. 멀리 아파트가 보인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서초구 내곡동과 건너편에 염곡동 정도가 개발할 만한 부지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는 “과거 보금자리 주택지구였다가 취소된 경기 하남시 감북지구 인근도 서울과 딱 붙어있는 곳”이라고 꼽았습니다. 실제 8.8대책이 나온 당일 국토부는 관보에 경기 하남시 감일·감북·초이·감이동과 송파구 방이·오금·마천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공고를 내기도 했습니다.

정부와 서울시가 투기를 막기 위해 서울과 서울근교 그린벨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시정했는데요. 발표가 난 이후 첫 번째로 묶인 지역이라 주목됩니다. 참고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규모 이상 부동산을 거래할 때 관할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입니다. 주로 시장 과열 우려가 있는 지역 내 투기를 막고자 시행됩니다.

수서차량기지 ‘복합개발’·김포공항 ‘혁신교통지구’ 물망
지하철 3호선 수서역 인근의 수서차량기지 용지도 물망에 올라 있습니다. 이미 서울시가 해당 지역을 주거, 상업, 문화시설 등으로 복합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적 있는데요. 이대로 사업을 시행하려면 그린벨트로 지정된 용지는 해제가 불가피합니다. 반대로 복합 개발 대상지라 신규 택지 후보지가 되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수서차량기지의 모습. [매경DB]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바로 앞에 있는 혁신교통지구 사업지도 그린벨트 해제가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월 김포공항 일대를 혁신교통지구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곳을 도심항공교통(UAM)·도시철도·간선급행버스(S-BRT)가 어우러지는 미래형 교통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국토부 역시 작년 5월 김포공항~여의도 구간을 ‘K-UAM 그랜드챌린지 2단계 실증 노선’ 구간으로 선정했습니다. 서울시는 이에 발맞춰 김포공항 혁신지구에 UAM 복합환승센터를 만들 계획입니다. 대규모 센터를 만들기 위해선 그린벨트 조정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아울러 대규모 주택 단지를 짓는다면 교통이 편리한 입지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겠죠.

다만 서울시는 집단 취락지역은 가급적 그린벨트 해제를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전원주택들이 들어선 곳은 웬만하면 배제한다는 겁니다. 때문에 강남구 양재동에 있는 일부 마을들이 후보지로 선정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단지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신속함인데요. 전원주택이 있으면 이 장점을 살리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기존 거주민이 반발하면 보상과 이주 절차가 늦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긍정적 효과는...“중장기적 주택공급도 중요”
수도권 한 아파트 공사 현장 [매경DB]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결정에 대한 평가는 확연히 갈립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과 수도권에 보존이 안 된, 녹지가 없는 그린벨트 지역이 있다. 현재 농업용 창고와 공장만 있어 오히려 난개발인 곳”이라며 “원래 용도를 다하지 못하는 개발제한구역은 해제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역시 “어떤 식으로든 주택 공급을 위해 택지를 만들어야 한다면, 외곽의 양호한 녹지가 아닌 어느 정도 훼손되는 곳을 개발하는 건 마이너스가 꼭 아닐 수 있다”며 “아주 외곽에 주택 단지를 지으면 사회적으로 더 많은 통근 비용과 부담이 들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대도시권의 경쟁력 강화 측면도 있다고 봤죠.

박합수 겸임교수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공택지 후보지를 발굴하는 건 필요하다”며 “기존에 윤석열 정부에서 발표한 신규 택지들은 서울의 주거 대체성을 확보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차원에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박 교수는 “수도권 8만 가구란 물량으론 안 된다”며 “3기 신도시 용적률을 조정하는 등 물량을 대폭 늘려 공급 신호를 강하게 줬어야만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부정적 영향은...“미래세대 위해 녹지 남겨야”
그린벨트를 푼다고 해서 당장 서울 집값이 잡히겠냐는 의문도 나옵니다.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신규 택지 후보지를 지정하고, 기존 토지 소유자에게 보상하고, 주택 착공과 분양을 거치는데 족히 10년은 걸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신규 택지 확보와 그린벨트 해제는 중장기 대책”이라며 “당장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수도권의 한 그린벨트 전경. [매경DB]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강남권이 일부 그린벨트를 풀어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가구) 1~2개 규모 아파트를 짓는다고 서울 집값이 안정되긴 어렵다”고 비판했어요. 송승현 대표는 “서울 그린벨트 물량이 공급된다고 하면 청약 실수요자들이 이걸 기다리지 3기 신도시 공급을 분양받으려 하겠냐”며 “1·2·3기 신도시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과거 강남·서초구 그린벨트를 풀었다고 주변 집값이 안정된 건 아니란 비판도 있죠. 나아가 시민단체들은 자연 환경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미래세대가 사용해야 할 녹지와 그 주변지역에 무분별한 개발을 허용해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피해야 할 잘못된 정책”이라며 “수도권 허파인 그린벨트를 한 평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시, 그린벨트 풀어 ‘신혼부부’ 주택공급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정부 주택공급 확대 방안 관련 서울시 주택공급 확대방안 브리핑을 하고있다. [매경DB]
정부와 서울시는 이 같은 비판을 감안한 듯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마련되는 주택의 상당수를 미래세대에게 공급하겠단 입장입니다. 신혼·출생·다자녀가구를 위한 분양·임대주택이 다수 공급되도록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서울시는 “저출생 대책 중 제일 중요한 게 주거 문제”라며 “청년이 결혼하면 집 문제만큼은 해결하겠단 의지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들어설 주택 상당수를 ‘장기전세주택Ⅱ’ 유형으로 공급할 계획입니다. 이 유형은 장기전세주택Ⅱ는 신혼부부와 자녀 출생 가구가 최장 20년 거주하고 두 자녀 이상을 출산할 경우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을 기회를 주는 주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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