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0에 전세계가 멈췄다, 디지털 불확실성 더 커질 것”…끝나지 않은 퍼펙트스톰 [기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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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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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페인 마드리드 국제공항 (2) 인천국제공항 (3) 뉴욕 체이스은행 (4) 전광판이 꺼진 타임스퀘어 (출처=매일경제 인디펜던트 로이터)
“숫자 ‘0’이 전 세계를 마비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기반 PC 850만대가 동시에 멈춰서면서, 금융·항공·의료 등 온갖 인터넷망이 일시에 무너진 것을 두고 나온 평가다. 이번 사태는 작은 것끼리 결합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퍼펙트 스톰’ 그 자체였다.

표면적 원인은 미국 보안 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잘못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때문임이 분명하다. 19일(현지시각) 업데이트한 소프트웨어는 MS 윈도와 곧장 충돌했고, 그 결과 PC는 ‘먹통’이 됐다. 파란색 화면 BSOD(Blue Screen of Death)가 PC를 물들였다. 작은 소프트웨어 오류로 4만 대에 달하는 항공기가 지연됐고, 전 세계 증권거래소가 지각 개장을 했으며, 수술실 운영이 잇따라 중단됐다.

BSOD: 죽음의 파란 스크린이라는 뜻을 가진 Blue Screen of Death 화면. 컴퓨터가 먹통이 되면 등장.
핵심 주범은 시스템 파일이었다. 누군가의 실수로 파일이 ‘0’으로 잘 못 채워진 것이다. 프로그램은 빈 주소인 ‘0 값(Null)’을 찾아 방황했고 결국 운영 체제는 멎었다. MS 잘못이 크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애플 맥이나 구글 크롬북은 멀쩡히 작동됐기 때문이다. MS가 제3자 개발사에 운영 체제 핵심인 커널 수준 접근(Kernel-level access)을 허용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사태를 초래한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CEO 조지 커츠 발언이 새삼 주목을 받았다. 그는 올 1월 “MS의 시스템적 실패로 인해 고객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도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윈도 핵심 시스템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보니, 범죄 단체나 해커들의 공격을 자초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데, 이를 직접 입증한 꼴이됐다.

그렇다면 온전히 MS 탓일까? MS는 “2009년 유럽연합(EU)과 제3자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에 MS와 같은 수준으로 접근 권한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EU 반독점법 때문에 일개 회사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다.

EU는 발끈했다. 레아 쥐베 EU 집행위원회 경쟁 담당 대변인은 이날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결정할지는 당연히 MS의 자유”라면서 “EU 경쟁법에 맞춰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보안 인프라스트럭처를 조정하는 것도 MS가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날 선 책임 공방이 벌어진 까닭은 향후 전개될 막대한 손해배상 소송 액수 때문이다.

“인터넷은 그 영향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인류의 첫 번째 발명품”이라는 에릭 슈미트 전 알파벳 회장의 말처럼, 디지털 세상의 불확실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이상덕 디지털테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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