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메이트답게 ‘말 폭탄’ 무섭네”…벌벌 떠는 월가,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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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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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서 성장한 밴스
선거유세서 親노동자 강조
“불확실성 확대” vs “선반영”
바이든 사퇴 월가 의견 엇갈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현장에서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청중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 출신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확정되면서 ‘경제권력’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벌써부터 트럼프 재집권시 월가의 영향력이 전보다 약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선 캠프의 고위급 모금 담당자인 에드 맥멀런 전 주스위스 미국대사는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월가는 공화당에 중요하며 앞으로도 늘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기술 업계와 창업가들은 정치 후원금과 자문을 제공하며 당에서 빠르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한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같은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밴스 후보는 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벨트’에 속한 오하이오주 출신이지만 2011년 예일대 로스쿨 재학 중 유명 벤처투자자 피터 틸의 강연을 듣고 감명을 받아 2016년 피터 틸이 공동설립한 벤처캐피탈(VC) ‘미스릴 캐피털’에서 일했다. 피터 틸은 실리콘밸리 VC 업계에서 대표적인 공화당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WSJ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닝메이트로 밴스 후보를 선택한 건 경험은 부족하지만 경합주 출신의 정치인에 베팅한 것”이라며 “동시에 기술기업 임원들이 월가 금융 거물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월가에선 밴스 부통령 후보가 주장하는 감세 반대, 관세 부과, 정부개입 확대, 약달러뿐 아니라 월가 투자은행의 인수합병(M&A)에 대한 반독점 규제 강화와 수수료 부과 정책을 옹호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월가는 전통적으로 감세와 자유무역, 규제 완화 정책에 찬성해 왔다.

최근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도 밴스 후보는 월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밴스 후보는 “월가를 위한 서비스는 끝났다. 우리는 근로자에게 헌신할 것”이라며 “터무니없게 치솟은 주택 가격은 월가 금융귀족(Wallstreet Baron)들이 경제를 붕괴시키고 미국 건설업체들이 건설을 멈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2월 엑스(X)를 통해 “너무 늦었지만 구글을 분할할 때가 됐다. 명백히 진보 성향인 이 회사는 우리 사회 정보에 대한 독점적 통제권을 갖고 있다”며 실리콘밸리 빅테크에 대해서도 반독점 규제를 강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밴스 후보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한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의 반독점 규제를 지지하는 이른바 ‘칸 보수파(Khanservatives)’로도 알려져 있다. 로이터통신은 밴스 후보를 조시 홀리 미주리주 상원의원, 맷 게이츠 플로리다주 하원의원과 함께 칸 보수파로 소개하며 “미국의 반독점법이 소비자물가를 낮추는 것보다 더 광밤위한 목적이 있다”는 칸 위원장의 주장을 지지하는 그룹으로 소개했다.

월가에선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하게 떠오르면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선 사퇴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향한 자금 이동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대편에선 이미 바이든의 사퇴 가능성을 반영한 금융시장에선 ‘트럼프 트레이드’가 계속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27일 바이든 대통령의 TV 토론 참패 이후 금융시장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가정해 은행·헬스케어·에너지 업종을 필두로 주식·달러·금·비트코인 강세와 미국채 금리 상승과 같은 ‘트럼프 트레이드’가 지배적인 흐름이었다.

데이브 마자 라운드힐 파이낸셜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통신에 “투자자들은 변동성 확대를 예상해야 한다.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빠르게 움직인다면 변동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며 “트럼프가 여론조사에서 계속 앞서 나가고 투자자들이 승리를 예상한다면 트럼프 트레이드가 주도권을 잡고 변동성이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그간 민주당 우세 지역이었던 실리콘밸리에서도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일부 기업인들이 공화당 지지 선언을 하면서 정치적 균열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피습 사건 직후 머스크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빠른 회복을 바란다”며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한 데 이어 공화당 전당대회서 밴스 부통령 후보 지명 소식에 “훌륭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출범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후원단체 ‘아메리카 팩’에는 지난 16일 기준 870만달러의 후원금이 모였는데 이 가운데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낸 것만 100만달러에 달한다. 후원금을 낸 주요 인사로는 조 론즈데일 팔란티어 공동창업자, 더글라스 레오네 세쿼이아캐피털 공동창업자 등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실리콘밸리 대표 VC인 앤드리슨호로비츠의 공동창업자 마크 앤트리슨과 벤 호로위츠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선언을 했다고 FT는 전했다. FT는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와 세금 정책에 환멸을 느낀 기술업계 리더들이 정치적으로 보수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여전히 실리콘밸리에서 주류를 차지하는 진보 세력의 주요 인사들도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계기로 지지자들의 결집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의 오랜 후원자인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회장을 비롯해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공동창업자, 비노드 코슬라 코슬라벤처스 창업자 등은 바이든 대통령 사퇴 이후 각각 입장을 내놓고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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