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민주당엔 토론은 언감생심, 전체주의 유령”…이러다 한국에도 AI 정치인이? [매경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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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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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 등장한 AI 파커
“공정한 의사결정에 도움”
유럽인 51% ‘AI 대체’ 찬성
한국 국회 경쟁력 고민해야


생성형 AI로 그린 AI 정치인 이미지
지난 4일 뉴질랜드에서 ‘인공지능(AI) 정치인 파커(Parker)’가 등장했다.

파커는 현재 정치인에 대한 신뢰 하락, 허위 정보 확산 문제를 해결한다며 ‘민주주의의 새로운 절친’이 될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파커 개발자인 닉 게릿센은 “국민은 입법 과정과 그 결과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며 “AI는 완벽하지 않지만 일반 정치인보다 믿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파커는 특정 정당 노선을 무조건 따르지 않고, 사실에 근거해 기후변화 등과 같은 복잡한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AI 기술이 하루하루 발전하고 있어 다양한 데이터로 학습한 파커의 문제 해결 능력도 계속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개발사 측은 주장했다.

물론 일종의 챗봇 형태인 파커가 실제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해킹, 딥페이크 등 위험도 제기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AI 정치인 실험’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높다. 2021년 스페인 IE대학의 ‘혁신거버넌스센터’는 의회 의원을 AI로 대체하는 것에 대한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 세계 11개국 2769명이 참여한 가운데 유럽에선 전체 응답자 중 51%가 찬성 의견을 냈다. 찬성 비율이 높은 유럽 국가들을 살펴보면 스페인(66%) 이탈리아(59%) 등이었다. 영국에선 반대 의견이 69%에 달할 정도로 국가마다 편차가 있었지만 유럽에서 ‘AI 대체’ 찬성 의견이 평균 50%를 넘었다는 점에서 주요 외신들은 주목했다. 오스카 존슨 혁신거버넌스센터 디렉터는 CNBC 인터뷰에서 “정치적 양극화 심화 등이 관련 있을 것”이라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국 의회 의원을 알고, 이들과 관계를 맺고 있고, 이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알고 있을까’를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설문이 진행된 시기는 AI가 지금처럼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이전이었다.

오픈AI가 2022년 말 챗GPT를 공개하면서 전 세계에 ‘AI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인이 인식하는 AI 수준은 이전보다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AI 정치인’ 주창론자들은 그 장점에 대해 편견 없는 공정한 의사결정, 효율성 개선 등을 제시한다. AI 정치인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지도 않으며 24시간 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정치 영역을 ‘기계’에 맡기는 것에 대해선 거부감이 강할 수 있다. 인간은 윤리적·도덕적 문제를 고민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AI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정치가 중재, 갈등 조정 기능을 상실하고 정쟁에만 매몰돼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면 ‘AI 정치인 실험’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AI 은행원’이 등장하는 등 AI 시대를 맞아 효율이 떨어지는 업무의 경우 AI로 빠르게 대체되는 것이 오늘날의 엄중한 현실이다.

한국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이다.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법을 만들고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고 국정을 감시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소신, 다양성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170석의 거대 정당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두관 전 의원이 “지금 민주당에는 토론은 언감생심, 1인의 지시에 일렬종대로 돌격하는 전체주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출산율 감소로 한국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국가소멸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국회’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한국에서 AI 정치인 등장은 머지않아 보인다.

장용승 디지털테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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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일경제신문 디지털테크부장 맡고 있는 장용승입니다. 정보기술(IT) 현장 상황들을 독자 시각으로 접근해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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