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1만2천명 사직·미복귀 … 일반의로 취업할 듯

입력
수정2024.07.18. 오후 10:59
기사원문
심희진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전체 전공의 1만3531명 중
7648명 사직·4732명 미복귀
8.5%인 1151명만 최종 복귀
대학병원 대신 일반병원行
9월 모집에 응시도 저조할듯
정부, 전문의 중심 시범운영
이르면 9월부터 실시 예정


1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복도에 신입 전공의 모집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최후통첩에도 전체 전공의의 91.5%에 달하는 1만2380명이 결국 수련병원을 떠났다. 정부가 전공의 유인을 위한 추가 자구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들의 반응이 여전히 싸늘하다는 점에서 오는 9월 하반기 모집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사직 전공의들이 일반의로 대거 취업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수련병원 151곳 중 110곳에서 전공의 7648명이 사직(임용 포기 포함) 처리됐다. 올해 임용 대상인 전공의(1만3531명)의 56.5%다. 나머지 41곳은 사직 처리 결과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날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의 43.5%는 사직 처리가 안 됐기 때문에 수련병원에서 일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전날 기준 전체 전공의 출근율은 8.5%로, 현재 1151명만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출근자와 사직 처리자를 제외한 4732명은 여전히 무단결근자인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병원에 돌아오지 않은 1만2380명이 모두 사직 처리됐어야 하지만 부담을 느낀 일부 수련병원이 결정을 미루면서 사각지대가 그대로 남게 됐다.

전공의들이 복귀를 거부하면서 의료공백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정부는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이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상급종합병원의 당직수당과 신규 채용 인건비를 지속 지원하겠다"며 "이르면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 등을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구조 전환 시범사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사직 전공의들이 하반기 모집을 통해 대부분 돌아올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희망고문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수련병원이 제출한 결원 규모 자체가 실제 그만둔 전공의 수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사직 처리된 전공의는 739명이지만 9월 모집 인원으로 제시한 숫자는 191명이다. 오승원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번에는 사직이 아닌 기존 결원에 대해서만 신청했다"며 "교수 설문 결과와 사직 전공의 의견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수련병원이 신청한 모집 인원(7707명)에 대해 검증을 거친 뒤 22일 공고를 낼 계획이다.

모집 규모와 상관없이 지원 자체가 거의 없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의사 사회가 워낙 좁기 때문에 A라는 전공의가 그만둔 자리를 B가 채운다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며 "지금도 블랙리스트가 돌고 있는 판에 이번 하반기 때 병원에 들어간다 한들 수련을 정상적으로 이어가겠나"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전공의들이 9월 모집이 아닌 개원가로 향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전문의를 따지 않아도 의업을 이어가는 데 큰 무리가 없는 데다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굳이 수련병원으로 돌아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직 전공의 A씨는 "몇 개월 만에 겨우 족쇄가 풀렸는데 다시 노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의대 증원 문제가 계속되는 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언제 또 위협이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개원가도 사직 전공의들을 일부 고용해 이들의 숨통을 틔워주자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수도권 지역의 한 의사회장은 "최근 몇몇 전공의들과 만났는데 그들이 원하는 건 의료 현장에서 무언가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다"며 "우리 병원에선 환자 진료에 필요하지만 대학병원에서는 직접 경험해보기 어려운 것들을 봉직의에게 가르쳐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가 다 같이 힘을 합치자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개원가에서도 단순 병원 이익과는 무관하게 사직 전공의들을 취직시켜 서로 돕는 사례가 어느 정도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개업한 지 26년 된 정형외과 전문의 B씨는 "전문의들의 휴가 등으로 공백이 생길 때 진료를 맡길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의료기관에도 소속되지 않는 '회색지대' 전공의도 다수 나올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문의와 일반의는 하늘과 땅 차이인데 이미 수련하겠다고 한 번 마음 먹었던 사람이 개원가로 얼마나 나갈지는 미지수"라며 "정부의 백기투항만을 기다리면서 '무조건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수련병원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다. 다만 전공의 7대 요구사항 중 의대 증원 백지화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해선 결코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간극을 좁히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심희진 기자]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