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세월에 받나, 마음 비웠다”…고령층 자산 3856조 ‘구식 세제’에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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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탑골공원 일대. [이충우 기자]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에 고령층 자산이 4000조원에 육박했지만, 상속세제는 장기간 변동이 없어 세대간 부(富)가 이동하는 길목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나치게 높은 세금장벽 때문에 고령층 자산이 소비와 소득 재창출 능력이 왕성한 젊은층으로 흐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각종 상속 공제한도를 늘려 부의 선순환을 촉진해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17일 매일경제가 통계청 가구별 자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 고령층 순자산은 지난해 3856조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경제규모(명목 국내총생산·2401조원)보다 1.6배 많은 자산이 고령층에 고여 있다는 얘기다.

관련 통계가 있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령대별 자산 변화를 보면 고령층에 자산이 축적되는 속도가 부쩍 빨라졌다. 최근 12년간 2030세대가 보유한 순자산 비중은 15%에서 11.3%로 줄었고, 경제 주축인 4050세대 자산 비중도 57.0%에서 46.4%로 급감했다. 반면 60세 이상 고령층 자산비중은 28.0%에서 42.4%로 껑충 뛰었다.

상속재산도 덩달아 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마지막으로 상속세제 개편이 있던 2000년만 해도 국내 상속재산 규모는 3조4000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38조9597원으로 11배 넘게 늘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10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배우자 공제와 일괄공제 한도를 각각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최소 2배는 올려야 한다”며 “최근 상속세 부과대상이 늘어난 만큼 유의미한 조치가 없다면 조세 저항이 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희승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고령층 자산에 대한 세금 부담을 줄여 이들을 소비자층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제 장벽은 기업 경영권마저 위협한다. 고령화에 기업이 늙어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높은 세 부담이 가업 승계에 발목을 잡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경영자 중 60세 이상 비율은 30.7%에 달한다. 하지만 가업 상속분에 대해 일정부분 세금을 빼주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부실하다. 당초 정부는 세법을 고쳐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중견기업 기준을 매출액 4000억원에서 1조원 미만까지 확대하려 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 등을 이유로 반대하며 5000억원 미만으로 찔끔 늘어나는데 그쳤다.

박성욱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기업의 고용창출이란 사회적 역할을 감안했을 때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하고 대상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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