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자가 건물 69채 매입, 말이 되나요?”…전세사기 피눈물 흘리게 한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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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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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갭투자’로 깡통전세 찾아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신용불량자인 50대가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하는 자산가 행세를 할 수 있었던 건 ‘무자본 갭투자’ 덕분이었다. 그는 주택 69채를 소유했고 결국 보증금을 반환 못해 실형이 선고됐다.

10일 광주지법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 50대 A씨는 집 없이 떠도는 신세였다.

잡부 등을 하며 살던 A씨는 재기를 위해 유리·새시 설비업을 하기도 했지만 사업은 망했고 내지 못한 세금은 빚으로 쌓여 결국 신용불량자가 됐다.

제본 공장에 일용직으로 취직해 월급 200만원을 받으며 살아가던 A씨는 회사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해오다 자기 자본 없이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하는 갭투자를 떠올렸다.

A씨는 2022년부터 전국 부동산을 뒤져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만 승계하면 추가 자본을 들이지 않아도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당시 전국적으로 집값이 뛰었고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는 임대사업자 갱신을 거부해 임대사업등록을 자동 말소시키는 부동산 정책을 시행한 것. 임대사업자는 세금 문제 해결을 위해 소유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기 시작했고, 결국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전세가보다 낮아지는 ‘역전세’ 상황이 발생했다.

A씨는 이러한 역전세 상황을 악용했다.

매매가가 보증금보다 낮아 취득할 때 오히려 현금을 차액으로 받을 수 있는 부동산 일명 ‘깡통전세’를 집중적으로 골라 불과 1년여 사이 69채를 사들였다.

그렇게 사들인 서울 구로, 경기 파주·부천, 전남 나주 등의 부동산에서 보증금과 매매가의 차액을 이익으로 챙기는 식이었다.

A씨는 갭투자에 뛰어들기 전 이미 빚이 있었던 만큼 당연히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사들인 부동산은 수개월 내 대부분 압류됐고 수많은 주택 보유로 거액의 종합부동산세까지 물게 됐다.

미납 세금은 경매 등으로 보전됐고, A씨는 깡통전세로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차액을 이익으로 얻었지만, 임차인들이 고스란히 사기 피해를 떠안았다.

경매를 통해서도 임차인의 경우 자신이 낸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가 사들인 부동산의 세입자 7명이 피해를 봤고, 8억원의 임대차 보증금이 미반환됐다.

나머지 부동산 60여채도 향후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이에 법원은 A씨에 대해 실형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형사5단독 지혜선 부장판사는 이달 1일 “피고인의 범행은 피해자들의 전 재산이자 삶의 터전인 주택의 임대차보증금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가해지는 고통도 매우 크다”며 A씨에게 징역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어, 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한 배상 신청인에게 7700만원을 배상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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