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기대감에 집값 상승
DSR 강화 방향으로 가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앞으로 유가 상승 등에 따라 둔화 흐름이 일시적으로 주춤할 수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물가 안정에 힘을 실었다. 9일 이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물가는 통화정책 긴축 기조 지속 등 영향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에서 안정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대 중반으로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통화정책 운영의 변수였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해서도 "1년 반 전에 비해 정책 효과가 나고 있다 생각하고 연착륙 가능성도 많이 높아졌다"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추진 중인 구조조정안이 제대로 되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고물가, 부동산 PF 문제 등이 해소 국면에 접어들면서 금리 인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변수는 집값과 가계부채다. 이 총재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연초보다 확대됐다"며 "전체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돼 수도권 집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그런 것을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가 2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연기한 가운데 이 총재는 "현 정부 들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가 낮아지는 트렌드 변화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DSR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선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 유력하지만 향후 금리 방향에 대해 어떤 시그널을 낼지 주목된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최근 디스인플레이션 흐름과 성장·금융 안정 간 상충 관계를 충분히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되 의사 결정은 금통위원들과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며 "그에 대한 평가는 제 임기가 끝난 뒤에 긍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야당이 추진하는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재정 지원을 한다면 전략적으로 타깃을 해서 해야 한다"며 정부·여당과 입장을 같이했다.
[한상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