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기술경쟁은 혁신의 원동력 … AI·바이오 시너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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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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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표 경제석학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
양국 4차 산업혁명 분야서
확실한 상호보완 역할 가능
기술 향상이 국가성장 부를 것
美中관계 부디 개선되길 바라
경제협력 강화 외친 韓中日
美 차기정부도 지지 해주길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가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한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두 위치에 오르려면 양국이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는 중국 측 제언이 나왔다. 거세지는 미·중 경쟁과는 별개로 각자 확실한 강점을 지닌 한중 두 나라가 협력을 확대해야 의미 있는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세계은행(WB) 부총재를 지낸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는 9일 단독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은 한국과 중국 모두에 기회이자 도전"이라며 최첨단 분야에서의 양국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니어재단(이사장 정덕구)이 주최한 '2024 한·중·일 서울 프로세스' 참석차 한국을 방문해 매일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한중, 미·중 관계 개선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린 교수는 한중 두 나라가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가장 확실한 상호보완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한 뒤 양측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AI의 경우 한국은 하드웨어 분야에 강한 반면 중국은 소프트웨어에 강점이 있다"면서 "바이오 분야에서는 인구가 훨씬 많은 중국이 더 많은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국가가 모든 기회를 독점할 수 없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에서 협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린 교수는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를 지속하다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직면한 전기차 시장에 대해서도 낙관론을 펼쳤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내연기관의 세기가 저물고 '전동화' 시대가 열리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린 교수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요 원인이 내연기관이기 때문에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장기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인 중국 역시 캐즘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지만 독일 등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과 협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조에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강점을 가질 수는 없다"면서 "디자인과 설계 등이 뛰어난 독일 내연기관 제조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비용 절감을 통해 자유무역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린 교수는 이번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정치·경제 전반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는 미·중 전략경쟁이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완화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린 교수 인터뷰에서 "부디 미국 대선 이후에는 미·중 관계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5월 서울에서 재개된 한·일·중 정상회의가 동북아시아 안정과 미·중 관계 개선의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했다. 우여곡절 끝에 4년 반 만에 마련된 동북아 핵심 3개국 정상 간 협력 테이블이 역내 경제 발전과 정세 안정의 발판이 되고, 미국도 이에 호응하는 그림이 나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동북아 3국 간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차기 정권도 이를 지지하는 구도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린 교수는 동북아 3국이 자유무역 가치를 지키며 공정한 경쟁을 펼친다면 모두에 '윈윈'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전했다. 특히 경제성장 정체기를 맞고 있는 한·중·일이 3국 간 활발한 경제 교류를 통해 지속 성장에 대한 가능성을 개척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국내총생산이 증가하려면 기술력 향상과 혁신이 필요하며 중국과 벌이는 경쟁이 이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린 교수는 "전 세계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이 한국 기업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그것이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이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다만 린 교수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외교·경제 전반에서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미국의 대중 견제가 미국 스스로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은 제조업에서 매우 강력했기 때문에 자유무역을 옹호했지만 1980년대 일본 제품 강세에 자국 제조업이 위기를 겪자 과잉 생산을 지적하며 보호무역의 면모를 보였고, 지금은 그 화살이 중국을 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자신들이 경쟁력이 있을 때만 '규칙에 기반한 글로벌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린 교수는 1952년 대만에서 태어나 군 장교로 복무하던 중 중국 본토로 건너가는 '경계인'의 삶을 택했다. 이후 개혁·개방의 바람 속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자유무역과 시장경제를 익히고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내는 등 특이한 인생 유전을 겪었다.

린이푸 前 세계銀 부총재

△1952년생 △1978년 국립정치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1982년 베이징대 대학원 마르크스정치경제학 석사 △1986년 시카고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1994년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센터 설립 △2008년 세계은행 부총재 △2012년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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