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람 두 번 만났는데도 못잊어”…베트남서 여전한 ‘박항서 앓이’ [신짜오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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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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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에서 베트남의 박항서 당시 감독이 연장 후반 골이 터지자 환호하는 모습. [사진 제공=연합뉴스]
[신짜오 베트남 - 300] 최근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인도 축구 대표팀 감독직에 지원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도 현지 언론은 현재 공석인 인도 축구 대표팀 감독직에 박 전 감독이 지원한 것으로 보도했지만 박 감독 측은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했습니다.

박 감독 측은 “박 감독이 인도 감독직에 지원서를 낸 적이 없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다만 “여러 경로로 ‘인도에 지원하라’는 요청이 들어왔다”며 인도에서 박 감독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 감독이 차기 지도자 도전을 이어 나갈 무대를 찾는 과정에서 인도를 하나의 선택사항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얘기입니다. 즉, 다시 말해 박 감독의 커리어 마지막 감독직이 베트남 감독이 아니라는 뜻도 됩니다.

박 감독은 2017년부터 2023년 초까지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며 많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이뤄냈고,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현 미쓰비시컵)에서는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19년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 진입했고, 같은 해 동남아시안(SEA) 게임에서 베트남에 금메달을 안겼습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서 베트남을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 진출시키는 데 성공한 것은 베트남 축구를 세계적인 반열에 올렸음을 의미합니다.

박 감독 이후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 출신의 필립 트루시에를 선임한 베트남은 처참한 실패를 맛봐야만 했습니다. 박 감독 시절 피파랭킹 100위권 안에 진입하며 오랫동안 동남아 1위 자리를 지켰던 베트남은 트루시에 체제에서 피파랭킹 100위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동남아 1위 팀은 이제 베트남이 아니라 태국입니다. 그 결과 다시 한국인인 김상식 전 전북현대 감독이 베트남으로 향하게 됐습니다. 베트남 축구와 한국 감독 간 궁합이 잘 맞았다는 것을 베트남이 뼈저리게 느꼈다는 얘기입니다.

박 감독이 인도에서 새로운 자리를 맡을 수 있다는 소식에 베트남도 뜨겁게 반응했습니다. “그가 인도팀을 이끌고 베트남과 대결을 펼친다면 기분이 정말 묘할 것 같다”는 한 댓글은 베트남이 박항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줍니다. 이미 베트남 입장에서 박 감독은 ‘외국인’의 범주를 넘어섰습니다. 베트남 축구의 전성기를 떠올리면 빠질 수 없이 등장하는 ‘그리움’이자 ‘자랑’이 된 지 오래입니다. 실제 그는 베트남 축구 아카데미와 박닌 FC의 고문으로 베트남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6월 말 서울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팜민찐 베트남 총리 간 회담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 감독은 귀빈석에 앉아 베트남 팬의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그는 베트남과 한국 국민의 ‘축구를 넘어선’ 유대감을 강조하며 양국 관계에 기여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는 “비록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났지만 나는 여전히 두 문화와 두 나라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며 “베트남과 한국이 더 밝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 팀의 승리가 베트남뿐만 아니라 한국 국민에게도 기쁨을 주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 성과가 아니라 문화적 유대감을 나타내며, 축구가 두 나라 간의 결속과 단합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축구를 통한 양국의 감정적 연결고리를 강조한 그의 발언에 베트남 팬도 뜨겁게 반응했습니다. “베트남이 문호를 열었을 때 가장 먼저 투자한 국가 중 하나는 한국이었습니다. 지금도 베트남 최대 투자기업은 한국의 삼성입니다. 베트남에서 가장 성공적인 감독은 한국의 박항서입니다. 베트남과 한국의 우정은 변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돈독해질 겁니다”라는 한 댓글은 박항서라는 인물이 베트남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한눈에 보여줍니다.

박항서 감독의 사진을 들고다니며 응원했던 베트남 축구팬들. [사진 제공=VNEXPRESS]
가슴이 뜨거워지는 박 감독의 발언에 팜민찐 총리도 화답했습니다. 경기가 열릴 때 베트남 국민들이 베트남 국기는 물론 한국 국기와 박항서 감독의 사진을 함께 들고 다녔다고 말했습니다. 축구를 통해 연결된 두 나라는 단순히 개인 간의 감정을 넘어서 양국 간의 깊은 유대감을 보여준다고 평가한 것입니다.

이날 박 감독의 등장은 딱딱했던 자리를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아직까지 베트남은 박항서를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연 박 감독의 차기 행선지는 어떻게 될까요. 만약 그가 다른 팀을 이끌고 베트남 원정 경기를 온다면 베트남 팬들은 그를 어떻게 맞이할까요. 박 감독이 떠나고 두 번이나 감독이 새로 왔는데도 여전히 박 감독에 쏠리는 베트남의 관심을 보면, 박 감독과 베트남의 끈끈한 우정이 새삼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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