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폭우때 오폐수관 버틸지 걱정"… 바다앞 산단, 물차단막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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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4. 오후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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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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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기후적응산단 지정
침수 위험 울산 온산 가보니
태풍 오면 수해 가능성 큰데
노후설비 도면 없어 보강 못해
정부, 이달 피해예방책 발표
"50년된 산단 안전기준 현실화
이상기후 대비 첨단기술 시급"


◆ 기후공습 ◆

1974년 착공한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는 바다를 마주 보고 있어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수해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진한 기자


지난달 27일 찾은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1986년 준공돼 30년이 넘다보니 곳곳에서 노후된 설비가 눈에 띄었다. 입주 기업들이 배출하는 오폐수를 전담할 관로는 녹이 슬었고 도로의 배수관은 무성하게 자란 잡초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곳저곳 깨진 포장도로는 인근 기업 터와 단차를 이뤄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침수가 예상됐다. 특히 온산 앞바다를 마주한 당월리·이진리 일대는 태풍이 오면 수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급격하게 올라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입주업체 A대표는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집중호우나 폭염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금 당장은 버틸 수 있지만 이상기후가 심해질 앞으로가 문제"라고 걱정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폭염과 호우가 만연하면서 산업화 시기에 지은 노후 기반시설의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기후변화적응산단을 지정하고 취약한 부분을 집중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4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이달 중 첫 번째 기후변화적응산단인 온산국가산단에 대한 수해 방지 대책을 발표한다. 주요 지원 방안으로는 우수관로 정비와 완충 저류시설 보강, 차수벽 설치 지원 등이다. 산단 내 모든 지역을 정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내수 재해를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는 지점을 중점 보강할 계획이다. 온산국가산단은 빗물을 배출하는 배수관로가 만든 지 오래된 데다 정확한 설계도면도 없어 설비 보강이 어려운 만큼 폭우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후변화적응산단은 노후화한 산업 기반시설이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현상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만큼 제도적 보완을 지원하고자 마련한 제도다.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로 침수됐던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135일 만에 복구를 완료하고 정상조업 체제로 돌입한 사례를 계기로 본격화했다. 기후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요소를 자연적·인위적 방법을 활용해 감소시켜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환경부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노후 산단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호우와 가뭄, 폭염, 한파·폭설, 해수면 상승, 강풍 등 6개 기후인자에 따라 22개로 분류하고 있다. 호우의 경우 저지대 침수 위험 증가와 강우 패턴의 변화로 인한 배수시설 기능 저하, 토사 유출로 인한 시설·구조물 파괴 등을 발생 가능한 위험 요소로 꼽았다. 폭염의 경우 건강 질환 증가 외에도 전력수요 증가와 정전 위험, 도로포장 파손(포트홀) 같은 운송 설비 피해, 수온 상승으로 인한 생산시설 효율 저하를 발생 가능한 위험으로 분석했다.

환경부는 이 같은 기준을 바탕으로 2026년까지 기후변화적응산단 5곳을 운영할 계획이다. 업종별 특성을 반영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비철금속, 석유화학, 철강, 에너지 분야를 비롯해 19개 업종의 74개 기업과 기후위기 적응협의체를 구성하고 세부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협의체 참여 기업은 지난해 52개사로 시작해 올해 22개사가 추가됐다.

전문가들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준 조항을 보강하는 동시에 기후 회복력을 높일 수 있는 첨단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후 회복력은 사람이나 생태계가 특정 기후위기와 위험, 스트레스 등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1970~1980년대에 마련된 산단 기준 규정을 현행화하고 취약 시설을 의무적으로 보완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수 배수관로 기준을 설정하는 하수도설계기준 등이 대표적이다.

김여원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 환경에 대한 예측 자체는 물론 인구 변화와 도시화, 양극화 등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도 어려워졌다"며 "적응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 더 많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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