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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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Ⅰ] 왜 인도인가
2027년 글로벌 3위 경제로 부상
‘14억 인구·기업친화·중국 견제’ 3박자


현대차그룹 인도법인(HMI)이 마침내 현지 증시에 상장한다. 현대차는 최근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기업공개(IPO) 관련 예비서류인 DRHP(Draft Red Herring Prospectus)를 제출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기업가치다. 2023년 말 기준 현대차 인도법인의 순자산은 3조1000억원, 매출액은 10조6000억원, 순이익은 9211억원이다. 현재 예상되는 기업가치만 약 24조~40조원이다. 현대차 안팎에선 장기적으로 현대차 인도법인의 기업가치가 본사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인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인도 경제는 2009년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권 밖이었다. 그러나 2010년 ‘글로벌 톱 10’에 진입했고, 2022년에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 경제대국에 올랐다. 인도 재무부는 1월 발표 보고서에서 2024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실질 GDP 성장률이 7%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년 뒤인 2027년 인도가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은 GDP 3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한다.

인도는 소위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의 맏형으로 통한다. 14억 명이 넘는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며 다른 신흥 경제국보다 빠른 경제성장을 기록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다. 김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인도남아시아 팀장은 “인도는 1700년대에 무굴 제국이던 시기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국가였는데 그 위치를 다시 찾게 된 것으로 세계 인구사에 큰 이벤트”라며 “인도의 14억 인구는 이제 중국에 필적하는 소비시장이 창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인도는 산아제한 정책 등으로 고령화에 접어든 중국과 달리 35세 이하 연령대가 전체 인구의 65%를 차지한다. 인도의 평균 연령은 28.4세로 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젊은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평균 연령인 38.4세보다 10년가량이나 젊다.

2030년까지 인도 소비자층의 성장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KIEP에 따르면 인도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0년 인도 전체 인구 중 60.91%를 차지했던 15~64세의 비중은 2021년 67.45%까지 증가했다.

노동력과 소비력을 모두 갖춘 젊고 역동적인 경제시장인 셈이다. 순다르 피차이(구글), 아르빈드 크리슈나(IBM)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로도 인도 출신 엘리트들이 다수 오를 만큼 높은 교육수준도 갖췄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31년까지 인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6.7%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의 인구소득 구조가 변화하면서 소비시장도 덩달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루 1인당 소비 3.65달러 미만 인구 비율이 2004년 77%에서 2015년 61%, 2019년 45%로 감소하면서 인도의 빈곤율 역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脫중국 반사이익
인도의 제조업 역량도 인도 경제성장에서 중요한 요인이다. 인도의 강점 중 하나가 세계 최대 인구대국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반면 중국은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지정학적 요인으로, 기존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다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의 경제 및 거버넌스 모델 변화, 중국과 일부 선진국 특히 미국과의 관계 악화 등으로 해외 자본이 중국에서 빠져나가고 있고, 이로 인해 인도로 그 자본이 유입되는 추세다. 이런 부분에서 중국은 인도의 성장 스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변화 가능성은 인도의 제조업 중심 성장전략이 성공하기 위한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제조업 경쟁력이 개선되고 거대 소비시장의 강점이 부각되면서 미국과의 공조가 강화될 경우 대체 생산기지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애플은 인도에서 아이폰 조립을 확대하는 추세다. 인도는 이미 아이폰 전 세계 생산량의 7%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수출용이다. 김경훈 KIEP 인도남아시아팀 부연구위원은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외교, 경제안보 등의 측면에서 인도를 반드시 자기 진영으로 들여놓는다는 전략적 관점을 갖고 있다”며 “인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민주주의 국가다. 바로 이 점이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 세력으로 인도의 가치를 크게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집권한 모디 총리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자립 인도’ 등 제조업 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들의 소득 수준을 높여 소비를 증가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경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14년 시작된 제조업 진흥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가 대표적이다. 사실 인도는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실제로 인도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0% 중후반으로, 26% 수준인 중국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성장 중심 경제 정책
3연임에 성공했지만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한 모디 총리는 지난 6월 총선에서 ‘글로벌 전자제품 허브’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제시하며 전자산업 매출을 2026년까지 3000억달러(약 406조2000억원) 규모로 늘리겠다고 밝혔다.<사진 연합뉴스>
그동안 인도는 글로벌 IT기업들이 아웃소싱을 주로 맡기면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해왔다. 문제는 서비스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작고 경상수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인도 정부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자국으로 IT제품, 전기차 등 세계 각국의 첨단 산업 제조 공장을 유치하려 하고 있다. 실제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를 위해 중국으로부터 생산시설을 이전하려는 기업에 대한 생산연계 인센티브(PLI),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면서 제조업 중심 성장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는 산업화를 위해 자국 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인도는 무역 부문을 확대하고 수출용 제조업을 통해 농촌 부문의 저소득층에게 고용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안정적이고 완만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도의 도시화로 인해 산업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또한 인도는 이미 디지털 및 금융 부문이 활성화하고 있다. 국내 경제규모가 크고 성장하고 있는 인도 경제는 디지털 기술이 상대적으로 고정 비용은 높지만 변동 비용은 낮은 점을 감안할 때 대규모 디지털 혁신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변수는 없나
물론 문제도 많다. 소득격차에 따른 불평등이 대표적이다. 김근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득 상위 1%의 전체 대비 수입 및 자산 비중은 각각 22.6%, 40.1%로 지속 상승하는 반면, 하위 50%의 수입은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이다.

인도의 1인당 GDP는 2389달러로 고소득 국가보다 훨씬 낮고, 중국(1만2720달러)보다도 상당히 낮다. 전체 경제규모와 소득수준 측면에서 볼 때 인도는 2007년의 중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도 경제는 암바니(Ambani) 가문의 릴라이언스(Reliance), 아다니(Adani)그룹, 타타(TaTa)그룹 등 소수의 초거대 기업집단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상위 1%가 전체 부의 20%를 가질 정도다.

청년층 실업률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 청년(15~24세)의 실업률은 18%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10.6%) 수준보다 높다. 모디 총리가 힌두교도의 표심을 노리고 ‘힌두 민족주의’를 내걸며 종교 갈등을 심화시킨 것도 악재로 꼽힌다.

실제 지난 6월 초 진행된 인도 총선 개표에서 인도 유권자가 빈부격차와 민주주의 퇴행 우려에 등을 돌리면서 모디 총리는 총선 압승에 실패했다. 여당 연합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모디 총리는 3연임에 성공했지만 모디 총리가 속한 인도국민당(BJP)은 과반을 넘기지 못하면서 과연 고성장이 계속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병수 기자 ·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6호 (2024년 7월) 기사입니다]

기자 프로필

2000년 매일경제 주간국으로 입사해 주로 산업 및 경제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7년부터 매일경제 월간지 매경LUXMEN 취재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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