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9개월 남았는데 허허벌판”...‘이 나라’도 공사비 올라 전시관 ‘텅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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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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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남은 오사카 엑스포 가보니

교토 기요미즈데라의 건축기법
지름 2km의 그랜드 링에 적용
못 없이 목재에 구멍 뚫어 연결

비싸진 공사비에 무른 지반으로
국가관 51개 중 11개는 아직 착공 전
일본 아닌 오사카만의 행사 염려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공사 현장. 멀리 보이는 원형의 목조 건물이 그랜드 링이다. [오사카 = 이승훈 특파원]
“18개의 대형 기둥이 중심이 되어 부타이(무대)를 튼튼하게 받치고 있습니다. 못 하나 없이 목재를 연결하는 공법으로 1633년에 지어졌는데 400여년 동안 크고 작은 지진에도 끄떡없었어요.”

내년 4월 개막하는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2025’ 취재는 지난달 27일 교토의 인기 명소로 꼽히는 기요미즈데라(靑水寺)를 방문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일본에서는 ‘관공법(貫工法)’으로 불리는 건축 기법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는 엑스포의 메인 상징인 ‘그랜드 링’에 고스란히 적용됐다.

교토 기요미즈데라 무대의 모습. 절벽 밖으로 돌출된 무대를 지탱하는 것이 사진 아랫부분에 살짝 보이는 139개의 기둥이다. [교토 = 이승훈 특파원]
산 중턱의 절벽 위에 서 있는 이 절은 본당 앞의 무대로 불리는 190㎡의 공간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전망으로 유명하다. 절벽에서 튀어나온 무대는 지상에서 13m 높이에 있는데, 이를 튼튼하게 지탱해주는 것이 격자 모양으로 촘촘히 짜여진 139개의 기둥이다.

기요미즈데라의 무대를 받치고 있는 구조물. [교토 = 이승훈 특파원]
안내를 맡은 미야사토 씨는 “기둥이 되는 나무에 구멍을 뚫은 뒤 가로·세로로 나무를 교차시켜 지지대를 만들었다”며 “약간의 틈새는 쐐기를 박아 고정했고 못이나 인위적인 고정장치는 일절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랜드 링의 지붕 모습. 여기에 2km를 걸을 수 있는 산책로와 노을 감상 장소가 설치된다. [오사카 = 이승훈 특파원]
일본 전통 사찰의 기술력에 감탄하며 교토를 떠나 버스로 약 1시간 정도 달리자 엑스포가 열리는 장소인 인공섬 ‘유메시마(夢洲, 꿈의 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사카만에 있는 유메시마는 같은 인공섬인 마이시마와는 다리로, 사카시마와는 해저 터널로 연결되어 있다. 개막까지 280여일이 남은 엑스포 현장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기요미즈데라의 구조물을 연상시키는 그랜드 링 하부 구조 모습. [오사카 = 이승훈 특파원]
유메시마에 진입하자 멀리 한눈에 들어온 것이 ‘그랜드 링’이었다. 엑스포를 상징하는 이 건축물은 둘레가 2km, 지름 615m, 높이 12m로 완공되면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이 된다.

외신기자에게 처음으로 공개된 그랜드 링의 내부에 들어서자 기요미즈데라의 무대를 지지하던 목조건축 기법을 볼 수 있었다. 42cm 폭의 기둥에 21cm 크기의 사각형 구멍을 뚫은 뒤, 여기에 가로로 보를 접합하는 형태였다. 현재 90% 공정을 보이는 그랜드 링은 오는 10월 완공 예정이다.

엑스포를 주관하는 일본국제박람회협회의 타카시나 준 부사무총장은 “지름은 도쿄스카이트리(높이 634m)가 안에 들어가는 정도”라며 “그랜드 링 내에는 국가관이, 바깥쪽에는 13개의 민간기업 전시관이 들어서게 된다”고 말했다.

13개 기업 전시관 중 하나인 일본 파소나그룹의 네이처버스 파빌리온. [오사카 = 이승훈 특파원]
12m 높이의 그랜드 링 지붕에 올라서자 엑스포 공사 현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링 안쪽에는 국가관과 주요 엑스포관, 각종 공연무대 등의 공사가 한창이었다. 엑스포에는 161개 국가·지역과 9개의 국제기관이 참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가관이 지어져야 할 곳의 상당수가 아직도 빈 공간으로 남아있었다. 최근 급격히 오른 공사비 때문에 아직 건설업체를 선정하지 못한 곳과 자국 내의 사정 등으로 독자 국가관 건설을 포기한 곳 등이 반납한 자리다.

실제로 급격히 오른 인건비와 자잿값 등으로 오사카 엑스포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20년만 해도 엑스포 전체 공사비를 1850억엔(약 1조600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최근에는 이를 2350억엔(약 2조원)까지 끌어올렸다.

이 때문에 독자적인 국가관 건설을 계획했던 61개 국가 가운데 10곳이 이를 포기했다. 문제는 51개 국가 중에서도 아직 11곳이 공사를 시작하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일본국제박람회협회의 타카시나 준 부사무총장이 외신기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사카 = 이승훈 특파원]
엑스포 협회 측에서는 2021년 열렸던 두바이 엑스포는 65개국, 2015년의 밀라노 엑스포는 39개국이 독자 국가관이었다는 점을 들며 40여개의 파빌리온도 적은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지 언론에서는 볼거리가 줄면서 관람객 또한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엑스포를 향한 전국적인 인기도 시들하다. 오사카를 포함한 간사이 지역에서는 오사카에 대한 호응이 있지만, 도쿄를 포함한 간토 지방에서는 엑스포 개최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예매권 판매가 이제 20%를 갓 넘긴 상황이다. 예매권 판매 목표가 1400만장인데 7개월 동안 실적은 290만매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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