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해 기쁜 날, 상받아 뿌듯한 날 … 가족에 못 돌아간 아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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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7.02. 오후 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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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역주행 사고' 피해자 안타까운 사연들
승진회식 마친 은행 직원 4명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다 참변
서울시청 공무원 2명도 숨져
사고 당일 '우수팀' 표창 받아


시청역 사고 희생자들이 안치된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 2일 취재진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밤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시청역 앞 교통사고 사망자들의 상당수가 회식을 하거나 퇴근 후 귀가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총 9명이 사망했고 가해자 부부를 합쳐 6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 6명은 사고 당일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3명은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이들은 모두 30~50대 남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통사고 사망자 9명 가운데 4명은 사고 발생 지점 인근의 시중은행 본점에서 함께 일하던 40·50대 동료였다. 사고 당일은 해당 은행에서 승진과 전보 인사발령이 났던 날이었는데, 이 중 1명은 이날 승진했고 대부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들은 승진과 인사발령 등을 기념하기 위해 송별 회식 자리를 가진 뒤 보행 신호를 기다리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오전 서울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는 해당 은행 직원 3명을 포함해 사망자 총 6명이 이송돼 임시 영안실에 안치됐다. 비보를 전해 들은 유가족들은 이날 새벽부터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한 여성은 오열하며 장례식장으로 뛰어 들어갔고, 직장 동료들도 굳은 표정으로 사망자들을 조문했다.

은행 부지점장으로 일하던 이 모씨(52)의 삼촌 A씨는 새벽에 조카의 부고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춘천에서 올라왔다. 이씨는 세 자녀를 둔 가장이었다.

A씨는 "(이씨의) 막내딸은 아직 고등학생"이라며 "가족이 모두 경황이 없는 상태"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사망자인 이 모씨(54)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이씨의 어머니가 "얼굴이나 다시 봤으면 좋겠다"면서 이씨의 손자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한 번에 4명의 직원을 잃은 해당 은행도 깊은 슬픔에 빠졌다. 은행 측은 "유가족분들에게 최대한 위로가 되는 방향으로 회사장이든 가족장이든 도움을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청에서도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평소 인품과 성실함으로 주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던 직원들이었다. 이날 오전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사망자 김인병 씨(52)의 유족들은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시청 청사운영1팀장이었던 김씨는 야근 중 동료와 저녁을 먹고 다시 시청으로 돌아가는 길에 참변을 당했다.

사고 당일에는 김씨의 팀이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안전하게 이전하는 등 성과를 인정받아 '이달의 우수팀'으로 선정됐다. 또 서울광장 야외도서관 조성 공로를 인정받아 '동행매력협업상'을 받기도 했다. 김씨의 지인들은 "공직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던 사람" "어려움을 나누면 늘 친구들을 격려하고 좋은 얘기를 해주는 사람"으로 그를 기억했다.

김씨와 같이 식사했던 서울시청 공무원 윤 모씨(31)도 목숨을 잃었다. 윤씨는 시청 세무과 소속으로 외고를 졸업한 인재인 데다 성실한 인품과 태도로 선배·동료 직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식사한 또 다른 직원은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 옮겨졌다. 비보에 서울시청 동료들도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시청 인트라넷에는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댓글이 수백 개 달렸다.

[이지안 기자 / 지혜진 기자 / 박인혜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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