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데려오면 제발 좀 치워주세요”...생태하천에 푯말 내걸린 이유 [방방콕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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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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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강’ 벗어난 울산 태화강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했지만
여름철이면 동물 분변에 악취
“장마로 습도 높아지면 더 심해”


지난 6월 삼호대숲에서 촬영한 백로 <자료=울산시>
지난 27일 울산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 인근 삼호대숲. 국내 최대 백로 서식지로 ‘죽음의 강’에서 생태하천으로 변신한 태화강 명소 중 한 곳이다. 하지만 태화강 둔치 산책로를 따라 가까이 다가가자 여기저기서 새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들리고, 새 분변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마치 거대한 닭장 같았다. 산책 나온 한 시민은 “장마가 시작돼 습도가 높고 더워지면서 냄새가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생태 환경을 회복한 울산 태화강 일원이 철새와 야생동물의 천국이 됐으나 여름이면 동물 분변 냄새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인구가 늘면서 태화강 둔치 풀숲에 버린 반려동물 분변과 소변도 냄새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태화강 수질은 과거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연평균 농도가 ℓ당 10mg을 초과해 공업용수로도 사용하기 힘들 정도였다. 2004년 시작된 태화강 살리기 운동을 통해 지난해 BOD 연평균 농도는 ℓ당 0.4~1.6mg으로 ‘좋음’ 이상 등급이다.

강이 살아나면서 태화강 둔치에 조성된 공원은 2019년 7월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1997년 2772마리에 불과했던 철새는 2022년 12만8171마리로 급증했다. 울산 남구 문화관광 홈페이지를 보면 삼호대숲에는 여름에 왜가리와 중대백로 등 백로류 7종 9500여 마리가 서식한다.

백로는 깨끗해진 태화강을 증명하는 반가운 새지만 냄새는 환영받지 못한다. 울산시는 냄새 민원이 잇따르자 매년 7~8월이면 삼호대숲에 회당 2t씩 총 30회에 걸쳐 악취 제거제를 뿌린다. 삼호대숲은 야생조수보호구역이라 간벌 등 인위적으로 손을 대기는 어렵다.

울산의 한 산책로 옆에 내걸린 반려동물 분변 처리 경고문
태화교 일원 남구 둔치도 비가 오면 악취가 나는 대표적인 장소다. 이곳은 울산 중심에 위치해 울산공업축제 등 매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하지만 비가 오면 땅이 질퍽해지는 것은 둘째 문제고 악취 때문에 행사를 치르기 곤란할 때가 많다고 한다.

울산시는 둔치가 물에 잠길 때마다 발생한 오염된 진흙이 흙 밑으로 스며들어 계속 쌓이면서 악취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기적으로 둔치 흙을 긁어내 악취를 줄일 수 있으나 울산시는 악취를 없앨 근본적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분변과 소변도 둔치에서 나는 악취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태화강 둔치는 아침 저녁으로 반려동물과 산책 나온 시민을 쉽게 볼 수 있다. 반려인 의식이 높아지면서 대부분 시민은 반려동물 분변을 비닐봉지에 담아 가지만 소변은 가져갈 수 없어 풀숲이나 가로수 화단에서 처리한다.

시 관계자는 “여름에는 반려동물 소변 냄새도 무시할 수 없다. 분변은 눈에 보이면 치우지만 소변은 치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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