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GOLF> 김기정 편집장이 만난 사람- 슈페리어 김대환 대표 “슈페리어를 100년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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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28. 오후 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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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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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김귀열 회장이 창업한 슈페리어는 국내 골프웨어 시장을 개척한 브랜드로 해외 유수 브랜드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해왔다.

특히 30년 넘게 최경주 선수 후원을 비롯해 마틴골프, 페라로밀라노 등 패션 브랜드 사업과 세계골프역사박물관, 슈페리어 갤러리 등 공익사업과 문화예술까지 후원하며 초일류 기업을 향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19일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 오픈 최종 라운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최경주 선수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승부는 극적이었다. 연장전 첫 홀에서 최경주의 두 번째 샷은 개울로 향했다. 지켜보던 갤러리들이 “살았다”면서 먼저 환호했다. 물에 빠졌을 것으로 생각됐던 공은 가로세로 각 2m가 채 안 되는 작은 섬에 살포시 놓여 있었다. 최경주는 그 홀에서 파세이브를 한다. 연장 두 번째 홀에서도 파를 잡은 최경주는 보기를 한 박상현에게 승리했다. 이날은 최경주의 54세(실제 나이는 56세) 생일로 최 선수는 KPGA투어 최고령 우승자가 됐다.

최 선수는 우승의 여운을 즐길 틈도 없이 바로 다음 날 미국으로 건너가야 했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미국 집에 잠시 들렀다가 23일부터 시작된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시니어 대회)에 참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빡빡한 일정에도 최 선수는 20일 아침 슈페리어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골프의류 브랜드 슈페리어는 최 선수의 오랜 후원사다. 최 선수의 우승을 계기로 김대환 (주)슈페리어 대표를 만나 슈페리어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최경주 선수가 우승 후 무척 바쁜 일정에도 슈페리어 촬영을 진행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최 선수 우승을 계기로 촬영이 이뤄진 것인가. 아니다. 최 선수의 우승과 관계없이 사전에 잡힌 일정이었다. 최 선수가 오후 5시에 비행기를 타야 해서 스튜디오 촬영 장소를 인천공항 인근 송도에 마련했다. 최 선수가 우승해서 축하를 겸하는 자리가 됐다.

국내 골프산업 성장을 위해 후원 선수를 물색하던 김 회장은 최경주 선수의 매서운 눈매가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슈페리어는 최 선수의 프로 데뷔 1년 후인 1995년부터 최 선수를 후원하기 시작했고 그 인연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언제부터 최 선수를 후원했나. 슈페리어가 공식적으로 후원한 것이 30년 정도 되고 아버지(김귀열 (주)슈페리어 회장)가 개인적으로 후원한 것을 포함하면 35년 정도 된다.

김귀열 (주)슈페리어 회장은 국내 골프웨어 시장의 개척자다. 김 회장이 회사를 창업한 것은 1967년, ‘슈페리어(Superior)’라는 골프의류 브랜드를 론칭한 것은 1979년이다. 슈페리어는 국내 골프의류 시장에서 첫 국산 브랜드다.국내 골프산업 성장을 위해 후원 선수를 물색하던 김 회장은 최 선수의 매서운 눈매가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슈페리어는 최 선수의 프로 데뷔 1년 후인 1995년부터 최 선수를 후원하기 시작했고 그 인연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최경주 선수의 우승으로 ‘슈페리어’라는 브랜드가 다시 주목받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브랜드 노출이 이뤄지고 있다. 재조명이 됐다고 할까. 최 선수는 해외에서 시니어 투어를 뛰기 때문에 한국 홍보 효과는 크지 않다. 하지만 최 선수와는 선수, 후원사의 계약 관계를 뛰어넘는 사이다. 이번에도 성적과 무관하게 촬영 스케줄을 미리 잡은 이유다.

(위) 세계골프역사박물관 (아래)슈페리어 갤러리
슈페리어 브랜드 외에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 프리미엄 골프의류 브랜드 마틴골프, 남성 패션 브랜드 페라로밀라노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커머스에 집중하고 있다. 골프웨어 렌털 1등 업체인 더페어골프를 인수한 것도 이커머스 전략의 일환이다. 이 외에 세계골프역사박물관, 재단법인 슈페리어재단, 슈페리어 갤러리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마제스티 타바론 티라운지를 통해 식음료(F&B) 사업도 한다. 특히 슈페리어재단은 국내 의류업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선교 재단법인이다. 매년 선교, 교육, 봉사 각 부문에 기여한 단체, 사람들을 선정하여 후원하고 있다.

(주)슈페리어의 강남 건물들은 디자인이 모두 독특하고 개성이 있다. 회장님이 초안을 그리면 설계사들이 이를 수정 보완한 것들이다. 1992년에 지은 슈페리어 사옥은 영국의 옥스퍼드 리젠트 스트리트를 보고 한국에도 유사한 건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지은 것이다. 슈페리어 타워는 뉴욕의 건물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주)슈페리어가 외부로 알려진 것보다 진행하는 사업이 많다. 앞으로 어떤 사업에 집중할 계획인가. 가장 주력하는 것은 패션이다. 사명감도 있다. 그다음이 금융·투자업이다. 부동산은 관리보다는 개발에 관심이 많다. 재단과 문화예술 사업은 돈이 벌리는 것은 아니어서 관리에 집중하는 게 맞다. 결국 패션과 금융·투자 양 축으로 보면 된다. 패션은 남성복, 골프웨어, 이커머스 플랫폼 3가지다. 마틴골프는 세일즈 규모보다는 가치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프랑스 칸 골프장에 마틴골프 매장을 오픈했다. 칸의 휴양지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슈페리어재단은 국내 의류업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선교 재단법인이다.
매년 선교, 교육, 봉사 각 부문에 기여한 단체, 사람들을 선정하여 후원하고 있다.
금융·투자업은 생소하다. 2008년 금융·투자업을 했다. 10년 정도 하다 좋은 성과를 내고 엑시트에 성공한 사례도 다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학교 ‘예일(YALE)’의 브랜드로 의류사업에 초기 투자해 무신사에 매각한 것이다. 금융·투자업도 다시 시작하기 위해 팀을 만들었다. 해당 팀은 에셋디자인투자자문(운용자산 6000억)에서 높은 성과를 증명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하반기 금융감독원에 인가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내부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이 있고, 국내 주식, 사모펀드, 스타트업 투자 등에 참여할 계획이다. 대체불가토큰(NFT), 블록체인 등 신성장 사업에도 관심이 있다.

한국에 갑자기 ‘예일대’ 학생들이 왜 이렇게 많아졌나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예일’을 입고 다녔다. (주)슈페리어가 초기 투자자인 줄 몰랐다. 특별한 투자 비결이나 마케팅 전략이 있었나. 사람에 투자했다. 금융사업도 스타트업도 결국은 사람에 투자하는 거다. 예일 브랜드를 키운 친구들은 그전에 커버낫이란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했었다. 그들이 예일이란 브랜드로 의류사업을 한다고 하니 투자한 것이다. 그 친구들이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들로부터 소자본 마케팅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걸 배웠다. 사내 창업이 어려운 이유도 알게 됐다. 독립적이고 헝그리 정신이 있어야 하는데 사내 창업은 ‘뒷배’가 있어 힘들다.

마틴골프는 세일즈 규모보다는 가치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프랑스 칸 골프장에 마틴골프 매장을 오픈했다. 칸의 휴양지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골프 시장이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조 원 규모의 국내 골프의류 시장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6조 원까지 성장했다가 지금은 4조~5조 원 수준으로 꺾인 것 같다. 버블이 생긴 것은 맞지만 골프를 친 경험자들이 늘었다. 경험이 중요하다. 앞으로 성장할 잠재성이 있다. 골프웨어 시장이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할 공간도 커졌다는 의미다. 시장은 충분히 크다. 우리가 부족해서 못 하는 것이다.

국내 경기도 안 좋지 않나. 과거 (주)슈페리어 임원들이 회장님께 경제성장률, 환율 등을 거론하며 내수경기 침체를 보고했었다. 회장님은 삼성전자, LG전자도 아닌데 왜 내수 침체를 걱정하느냐고 나무라셨다. 제한된 자원에서 선택해야 한다. 집중해야 할 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골퍼’다. 골프웨어에 관심을 갖고 대화 소재로 삼으며 기쁨을 느끼는 여성 골퍼에게 집중해야 한다. 또 다른 축은 ‘이커머스’다. 오프라인 광고는 제한적 시기에 제한적으로 노출된다. 온라인은 널리 전파가 가능하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내년에 신개념 직영점도 오픈할 계획이다.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 골프웨어 렌털 플랫폼인 더페어골프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고객들이 빌리는 옷은 소위 가장 잘나가는 옷들이다. 그걸 보면 제일 핫한 브랜드와 추세를 읽을 수 있다. 이를 핵심 데이터로 놓고 골프와 관련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다.

직영점 장소는 정했나. 고민이다.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곳이 답일지, 아니면 그렇지는 않지만 찾아오게 하는 곳이 맞을지. 굉장히 파격적인 것도 상상하고 고민해본다. 공간이 판매 장소가 아닌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가 온라인과 연계되는 곳, 또 고객들이 머물면서 골프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고 펀(fun)과 연계되어야 한다. 아직은 힘든 얘기다.

앞으로의 비전은. 회장님이 1967년에 창업했다. 2세 경영자로서, 가업을 물려받은 사람으로서 (주)슈페리어라는 회사를 ‘100년 브랜드’로 만들려는 욕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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