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으로 … 정부, 우크라와 전쟁중인 러에 '군사압박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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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20. 오후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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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 열어 북·러 대응책 발표
향후 러시아 움직임에 따라
살상용 무기 제공 여부 결정
북·러 무기운송 등에 관여한
선박·기관·개인 추가제재도


◆ 북∙러에 정부 맞대응 ◆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러 군사협력 강화에 대한 정부 대책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 밀월'을 선언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까지 열었다. 그간 러시아와의 관계를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온 한국 정부도 지금부터는 철저하게 '팃 포 탯(tit for tat·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쓰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 승리를 위해 북한을 활용하고, 이에 호응한 북한은 러시아를 대북 제재 무력화의 지렛대로 삼고 나선 상황이 됐다.

러시아가 먼저 유사시 지체 없는 대북 군사협조를 조약에 넣으면서 우리 측이 제시해온 레드라인을 넘었으니 우리도 러시아의 레드라인인 살상무기 지원을 재검토하겠다며 '초강경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20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는데 그 방침을 재검토하겠다는 얘기"라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러시아 쪽도 차차 아는 게 흥미진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살상무기를 준다, 안 준다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무기 지원은 여러 가지 옵션이 있고 살상이냐, 비살상이냐를 떠나서 다르게 분류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러시아가 차차 알게 해야 더 압박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대북제재 위반 의심 외국선박 나포 20일 부산 영도 앞바다에 대북 제재 위반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한 외국 국적 선박이 정박해 있다. 당국은 이날 대한해협 인근 해상에서 해당 선박을 나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앞으로 러시아 움직임에 따라 살상무기 제공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함으로써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도 강한 압박을 가한 셈이다. 살상무기에도 탄약부터 장갑차, 자주포, 전투기 등 여러 단계가 있는 만큼 러시아의 태도를 보면서 그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새로 지정한 243개의 대러시아 수출 금지 품목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신규 품목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합성수지 제품 같은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북한과 러시아 간 유류 환적이나 무기 운송과 관련된 제재 선박은 러시아 국적이 4척이다. 제재 기관은 러시아 기관이 2곳, 북한 미사일총국과 사이프러스·남오세티야 기관 등이다. 개인 제재 대상이 된 8명은 북한 국적이다. 다만 정부도 러시아 외교당국과 대화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실제 살상무기를 지원할 경우 그 파장이 감당 불가한 수준이 될 수 있는 만큼 대화를 이어가며 이번 회담과 조약의 배경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 뒤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러 조약에 대해 러시아 쪽에 설명을 요구하고 답신을 기다릴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러 회담 결과에 대해 러시아로부터 미리 언질을 받은 것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직 (러시아로) 돌아가지 않았다"며 "푸틴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돌아가서 자기네들도 정리한 다음에 우리와 협의하는데, 요즘 한·러 관계가 그런 일반적인 관계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평상시에 하는 외교의 관행처럼 움직여질지는 잘 모르겠으나, 러시아 측이 일정한 설명은 해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북·러 조약 체결을 계기로 러시아가 북한과 함께 한국을 겨냥한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금 당장 러시아가 남한을 상대로 군사적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할 처지도 아니다. 우크라이나에 묶여 있다"고 단언했다. 또 "우리가 군사 태세를 강화하는 것은 이 조약에 대해 북한이 고무돼 경거망동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원하는 대로 북·러 조약이 당장 악용될 가능성도 낮다고 정부는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자신들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주장하며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견강부회'가 이뤄질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그동안 진행돼온 한미 연합훈련을 북·러 조약과 연계하진 않을 것이란 게 정부의 시각인 셈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이번 정부 대책이 다소 성급해 보인다는 의견도 내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의 결정에 바로 응징적으로 어떤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조급함이 엿보인다"며 "강대강으로 대응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러시아가 대응할지에 대한 간격을 두지 않고 속전속결식으로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하지 않은 것에 감사를 표할 정도로 예민한 내용은 맞다"면서도 "러시아가 현재 퇴로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과 조약 체결로 일종의 경고를 한 것인데, 여기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으로 대응하는 것은 러시아를 더욱 자극하는 것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제윤 기자 / 안정훈 기자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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