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준위 폐기물 '이상무'…"고준위용지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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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6.18. 오후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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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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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시대 부활 下
경주 방폐물 처리시설 가보니
200ℓ 드럼 12만개 보관 가능
사용후핵연료 포화 임박
고준위특별법 처리 필요


◆ 원전시대 부활 ◆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지난 17일 경북 경주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에서 저준위 방폐물을 보관할 수 있는 2단계 표층처분시설을 짓고 있다. 이진한 기자


지난 17일 찾은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산을 깎아 만든 6만7450㎡ 면적의 평지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근로자들과 트럭으로 먼지가 자욱했다. 용지 안쪽에서는 회색 콘크리트 구조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원전에서 사용한 작업복이나 장갑 같은 저준위 방폐물을 보관하기 위한 공간이다.

정영석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시공관리팀 과장은 "철근 콘크리트는 그 자체로 훌륭한 방사선 차폐체이기 때문에 설계한 대로 짓는지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표층처분시설은 콘크리트 건물 20개로 구성되며 현재 12개가 완공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맞춰 2038년까지 신규 원전 3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추가 건설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원전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방폐물 처리 설비 확충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원전마다 사용후핵연료 포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이를 다루는 기반인 고준위특별법이 시급히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방폐물은 방사성 물질의 오염된 정도에 따라 고준위, 중준위, 저준위, 극저준위 네 단계로 분류한다. 사용후핵연료를 비롯해 원전 내부의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작업자들이 사용한 작업복과 장갑, 기기 교체 부품이 주로 배출된다. 병원이나 연구기관, 대학, 산업체에서 발생하는 방사성동위원소 폐기물도 방폐물에 포함된다. 사용후핵연료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중·저준위 폐기물이다.

방폐물 처리는 최종 처분 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고준위 방폐물을 제외하고 모두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전담하고 있다.

2015년 200ℓ 드럼 10만개를 저장할 수 있는 동굴처분시설을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연평균 3300여 개의 방폐물 드럼을 인수하고 있다. 다만 동굴처분시설은 상대적으로 오염도가 높은 중준위 폐기물을 보관하는 데 용이한 만큼 저준위 방폐물을 보관하기 위한 별도 설비를 마련하고 있다. 동굴처분시설 처분량이 지난 3월까지 3만개에 육박하며 29.9%의 포화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저준위 방폐물은 2단계 표층처분시설이 전담한다. 내년에 본격 가동한 뒤 최소 20년간 운영할 예정이며 200ℓ 용량 드럼 12만5000개를 보관할 수 있다. 방사능 물질에 대해 5중 차단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규모 7.0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2028년 공사를 시작해 2031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는 3단계 매립형 처분시설은 극저준위 방폐물을 전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곳의 처분용량은 200ℓ 드럼 16만개다.

전문가들은 원전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고준위특별법을 비롯한 제도 개선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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