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만큼은 우리가 최고” “개인정보 빼갈 것”...애플 AI, 아이폰 더 팔리게 할까? [뉴스 쉽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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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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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4’에서 자체 인공지능(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소개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애플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첫 번째 서비스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지난 10일(현지시간) 공개했어요. 미국 애플 본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통해 대대적인 발표를 했죠. 발표 직후에는 언론에선 ‘혁신이 없다’는 평가가 쏟아졌어요. 애플의 발표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이어지자 당일 애플의 주가도 2% 가까이 하락했고요.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긍정적 반응을 내놓기 사작했어요. 금융회사들이 애플의 주가에 대해 예상보다 좋은 평가를 내리면서, 애플의 주가는 발표 다음 날인 11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7% 이상 반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어요. 불과 며칠 사이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뀔 정도인 걸 보면, 실제 기능이 출시될 때까지는 애플이 내놓은 전략의 영향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워 보여요.

발표 직후 반응이 별로였던 이유
이번에 애플이 발표한 ‘애플 인텔리전스’는 기존에 아이폰‧아이패드‧맥북 등에서 사용하던 음성 비서 ‘시리(Siri)’를 업그레이드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음성으로 검색이나 알람 설정, 문자 보내기 등 단순한 명령을 내리는 수준에서 한층 나아간 거예요. 음성 명령을 받은 AI가 대부분의 앱을 작동시키고, 글쓰기를 대신해 주고, 기기에 쌓인 알림들을 요약해 주고, 사진이나 그림 같은 이미지도 생성해 주는 거죠.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으로 최우선 알림을 확인하거나 요약본을 받아볼 수 있다. /자료=애플
아마 ‘챗GPT랑 비슷한 거 아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꽤 계실 것 같은데요. 사실 시리를 업그레이드할 때 결정적 역할을 한 게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였어요. 챗GPT의 기술이 시리에 적용된 거라고 보면 되죠. 애플은 이날 오픈AI와 협력한다는 내용의 파트너십도 공식화했어요. 올해 하반기부터는 챗GPT의 최신 버전인 GPT-4o를 통합한 시리를 서비스할 계획이에요.

애플은 PC에서 생성형 AI가 각종 업무를 보조해 주는 기능들도 공개했는데, 이것도 사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파일럿’과 구글의 ‘제미나이’ 등에서 이미 제공하는 기술이라 그리 놀라움을 주지 못했어요. 발표 전날 미국 경제매체인 블룸버그를 통해 발표 내용이 미리 알려진 점도 애플의 발표를 더욱 맥 빠지게 했다고 해요.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아직 직접 사용해 보지 않았으니 단언할 순 없지만, 새로운 기능이 눈에 띄지 않는 건 사실이에요. 오픈AI의 챗GPT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만 봐도 ‘AI 기술에선 뒤처졌다고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죠. 실제로 애플이 “챗GPT 외에 구글 제미나이 등 다른 AI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걸 보면, 경쟁자들의 생성형 AI 기술 자체를 따라잡을 생각은 없어 보여요.

그렇다고 애플의 발표에 특별한 점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에요. 기능적으로는 대부분 익숙한 것들이었을지 몰라도, 앞으로의 ‘AI 서비스 전략’에는 특별한 점이 분명히 있었어요. 애플의 AI 전략이 삼성전자, 구글 등 다른 회사들과 차별화되는 점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아요.

① 삼성 갤럭시AI 등과 다르게 스마트폰, 아이패드, 맥(PC) 등에서 공통으로 사용해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한다.

② 챗GPT를 사용하더라도 고객 개인정보는 애플의 자체 데이터센터에서만 처리해 높은 보안성을 보장한다.

③ 보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모인 데이터는 더 정교한 ‘개인 맞춤형 AI 비서’ 개발에 활용한다.

AI 도입이 한발 늦은 애플로서는 경쟁 업체들과 비슷한 기능을 선보일 수밖에 없었지만, 애플 특유의 ‘보안성’을 강조해 차별화를 시도한 모양새예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등은 휴대폰 제조사(삼성전자 등)와 운영체제 개발사(구글)가 달라서 상대적으로 보안성이 낮다는 점을 파고든 거죠(추가로 애플은 자체 데이터센터에 AI용 반도체를 장악한 엔비디아의 GPU 대신, 애플이 직접 설계한 반도체를 쓸 계획이래요. AI용 반도체 경쟁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예요).

애플 AI 핵심은 ‘개인정보 보호’
애플이 보안성을 강조한 건 챗GPT 등 기존의 생성형 AI가 대부분 클라우드 서버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이에요. 클라우드 서버는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데이터센터와는 다르게 ‘가상의 서버’예요.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세계 곳곳의 서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게 클라우드 서버의 특징이죠. 그래서 클라우드 서버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챗GPT 등 생성형 AI를 사용하면, 개인정보가 어디에 저장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고 해요.

애플은 이와 달리 보안 수준이 높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직접 만들어, 이곳에서 AI 관련 데이터를 처리하겠다고 강조한 거예요. 이렇게 보안이 철저한 데이터센터에서 개인정보를 관리하면 고객이 자신의 정보를 편안하게 제공할 것이고, 이 정보들은 수준 높은 ‘개인 맞춤형 AI’를 만들 토대가 된다는 게 애플의 전략인 셈이에요.

철저한 보안 못 믿겠다는 머스크
일론 머스크. [사진=AFP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애플의 전략이 실제로 성공을 거둘지는 아직 알 수 없어요. 벌써 애플의 설명에 강하게 태클을 거는 유명 인사도 나타났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이 자체적인 AI를 만들 만큼 똑똑하지도 않으면서,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다고 보장하는 건 명백히 터무니없다”고 비판했어요. 챗GPT의 기능에 의존하는데 어떻게 완벽한 보안을 장담할 수 있냐고 지적한 거예요.

머스크는 “애플이 일단 당신의 데이터를 오픈AI에 넘겨주면,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보안상 이유로 자신의 회사에서 애플 기기 반입을 금지하겠다고 예고했어요.

물론 머스크가 오픈AI를 공동 창립한 뒤 갈등을 겪고 물러났다는 점, 직접 xAI라는 생성형 AI 회사를 차렸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곧이곧대로 들을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렇게 의심의 여지를 남기는 유명인의 발언은 애플의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애플 AI, 아이폰 판매 늘릴까
여러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금융회사들의 전망은 긍정적이에요. 애플의 AI에 딱히 새로운 것은 없지만, 애플이 AI 기능을 탑재하면 아이폰 등 기기의 판매는 확실히 촉진할 수 있다고 분석한 거예요.

모건스탠리는 애플의 AI 기능이 “가장 차별화한 소비자 디지털 에이전트”라면서,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새로 구매하게 만들어 “기기 교체 주기를 짧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새로운 기능 도입이 “AI를 이용할 수 있는 ‘인텔리폰’(인텔리전스와 아이폰의 합성어)의 업그레이드 주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어요.

결국 애플 인텔리전스의 성공 여부는 실제로 AI 기능을 경험할 소비자들의 반응에 따라 결정될 거예요. 애플은 올해 9월 영어권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에요. 아마 한국엔 내년쯤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진짜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지 지켜봐야겠네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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